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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한민국 청년은 대체 왜? - 인도 오로빌을 생각하며

By SeoulStoryMaster 201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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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힘들다. 그것은 분명하다. 필자도 직장에 다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직장’에 매인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맡은 업무도 제대로 해나가기 벅찬데 직장 상사의 심기까지 살피자니 쏟아부어야 할 에너지가 너무 많다. 직장에 연착륙 한 뒤 탄탄대로가 기다리고 있다면 다행일텐데 대개는 그렇지도 않다. 언제쯤 회사를 나가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청년들은 ‘생활’이 아닌 ‘생존’을 고민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런데 그런 직장인이 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대부분의 청춘들은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하루하루 지쳐서 살고 있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이미 졸업 후의 진로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초등학교 입학부터 ‘직장’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졸업과 취업 사이는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여유 있지만 ‘마음’이라는 측면에서는 가장 여유가 없는 시기다. 근원을 알듯 모를듯한 불안감 때문이고 또 그 불안감을 만들어내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대학 시기가 ‘실수’와 ‘실패’를 쉽게 바로 잡을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말을 쉽게 하지 못한다. 어려서부터 실수하면 질책을 듣고, 실수를 줄여야 좋은 결과를 듣고 칭찬받으며 인정받는다는 말을 너무도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중간·기말고사와 대입 수능 객관식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시험에서 강조하는 것은 ‘실수를 적게 하는 것’ 내지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사고할 틈은 거의 없다. 대입과 시험에 몰두한 학생들은 대부분 자연스레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했고 서울 청년이 됐다. 대다수는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난 중장년들이 만든 틀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국 청년들을 보면 가끔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을 떠올린다. 2015년 1월, 기획·취재차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주의 오로빌을 방문했다. 오로빌은 전 세계인이 모여 종교와 정치, 국적을 초월하여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도시를 위해 만든 곳이다. 


오로빌 50개국 2,400명의 사람들 - 사진 https://www.auroville.org


그곳에서 인상깊었던 경험은 오로빌 중심부에서 열린 ‘리트릿(retreat)’ 준비회의였다. 리트릿은 오로빌의 향후 운영방향 및 조직 구성 변화 등을 논의하는 회의다. 이날 준비회의는 수개월 뒤 개최될 리트릿에서 어떤 주제를 다룰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를 묻는 자리였다. 이날 외에도 몇 차례 준비회의를 거쳐 리트릿을 시행하기로 했다.



아파트 단지였다면 입주자 대표 회의, 시 전체로 보면 시의회 정도 되는 자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선거든 임명이든 사전에 ‘직’이나 ‘감투’를 쓴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로빌이라는 도시(혹은 공동체)의 운영을 직접 논의하겠다며 모인 이들이었다. 리트릿을 하고 그 준비회의를 하겠다는 것은 마을 곳곳마다 정기적으로 배달되는 ‘뉴스 앤드 노츠(News and notes)’라는 소식지를 통해 전달됐다. 회의 일정도 미리 정한대로 진행한 게 아니었다. 누군가가 소식지에 회의를 제안했고 사람들이 응해 자연스레 모인 것이다.


오르빌의 아르카 건강센터에서 자원봉사자를 통해 요가를 배우는 사람들

(출처 : https://www.auroville.org)


49개국에서 모인만큼 회의는 영어로 진행됐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회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회의참석자들은 꽤 적극적이었다.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어디서 오늘 회의 내용 자료를 받을 수 있나” 같은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중요한 일을 결정한다면서 형식적으로 끝나는 회의를 여럿 봐온 경험 때문인지 눈앞에 보인 광경이 꽤 인상적이었다. 


 오로빌의 식료품점인 ‘푸투스’의 진열칸 앞 채소들은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아 주민들이 직접 가격을 정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오로빌은 대안 경제부터 기본소득 그리고 공동교육과 친환경 ‘적정 기술’까지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예를들면 오로빌 중심부에 위치해 많은 주민이 찾는 식당 ‘솔라 키친’은 태양열을 모아 물을 끓이고 그 수증기로 음식을 조리한다. 진흙을 굽지 않고 건조해서 벽돌을 만드는 기술, 하수의 부유물을 침전시키고 산소를 투입해 농업·공업용수로 쓰는 기술도 연구 내지 시험 중이었다. 세계 표준이 될 만큼 뛰어나거나 효율적인 기술들은 마을 단위 지역에서는 충분히 적용해봄직한 기술들이었다. 이 기술들은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고 싶어 오로빌을 찾은 사람들을 통해 개발됐다. 도전을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가 연구 결실을 맺게 도왔다고 한다.


오로빌의 자원봉사자 (출처 : https://www.auroville.org)


어떤 생각을 품어도, 그것을 자유롭게 도전해도 모두 품어주는 분위기. 오로빌을 다녀온지 2년 8개월쯤 지난 지금 시점에서 당시 분위기를 곱씹어 봤다. 생각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물론 오로빌과 서울의 환경은 너무나도 다르다. 청년들에게 ‘자유롭게, 도전 정신을 갖고 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루기 쉽지 않다. 물론 청년들이 자유와 도전의 의미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유와 도전을 가능케 하는 환경은 청년들의 의지나 힘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가장 먼저 자유와 꿈과 희망을 말하는 것은 청년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3·1 만세운동이나 민주화 시대도 그렇고 시대를 이끈 것은 언제나 청년들과 대학생들이었다. 


우리 옆의 친구들, 동료들, 그리고 어린 세대들의 의견과 생각을 먼저 존중해주는 것, 혹은 존중해주겠다고 마음 먹는 것은 청년들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그런것을 시작으로 빡빡한 서울 청년들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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