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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곳에 머무는 여행

By SeoulStoryMaster 20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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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이 여행이기를 바란다. 늘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을 버리고, 여행처럼 즐길 수 있다면,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하루하루는 또 얼마나 색다를 것인가. 일상을 여행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평소의 잠자리를 바꾸는 것이다. 매일 자는 침대가 아니라, 낯선 이층침대와 이불만으로도 우리는 순식간에 같은 도시 안에서도 여행을 날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이국의 사람들과 함께 밤을 보내고,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여행이지 않은가. 그것이 가능한 숙소를 찾았다. 그곳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근사한 여행이 되는 게스트하우스 두 곳. 



시간 여행자를 쉬게 하는 곳, 타임트래블러 릴렉스 


타임트래블러 릴렉스 게스트하우스의 1층 8인실.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지 않는 믹스룸이다.


“오늘 온 거니?”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 브라질 남자가 나에게 물었다. 마침 제이크가 나에게 방들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나는 여기 투숙객이 아니라, DJ를 만나러 왔어.”

여기란 홍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 타임트래블러 릴렉스’를 말하는 거고, DJ는 이곳 주인이다. 토요일 오전 11시, 이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는 여행객들이 하나둘 눈꼽을 떼고 거실의 큰 테이블로 모여든다. 어제 게스트들과 호스트가 모여 먹은 술 얘기며, 오늘 어디를 갈 건지, 삼청동은 어떤지 묻고 있다. 7개의 방은 다 찼으며, 대부분이 유럽과 미주에서 온 여행객들이다. 타임트래블 릴렉스의 아침 풍경이다.

“주말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제일 바쁜 시간이에요. 체크인, 체크아웃 하랴, 친구들도 다 준비를 하고 나가는 시간이라서요.”

서글서글하게 생긴 주인 DJ(본명 유동주)가 양해를 구하듯 내게 말했다.

“이곳에 있으니 여행 온 것 같고 좋은데요. 세계의 여행자들이 다 이곳에 있군요. 저도 하룻밤 자러 와보고 싶어요.”


1층에는 8명 이상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과 도미토리룸 2실이 갖추어져 있다. 


격자무늬의 나무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 일요일처럼 늘어져 있는 화분들의 줄기. 다락방처럼 운치가 넘치는 창문 자리는 ‘타임트래블러 릴렉스’의 분위기를 한번에 보여준다. 이곳은 친구 집처럼 따뜻하고(실제 난방도 정말 잘 되어 있다), 책으로 가득 찬 한쪽 벽면도 정겹다. 친구처럼 격이 없는 직원들은 영어는 물론 터키어, 프랑스어, 중국어까지 구사한다. 


스위스에서 온 비앙카와 호주에서 10년 넘게 살다가 잠깐 서울에 온 재연 씨. 


‘여태껏 방문한 한국 호스텔 중 가장 좋았음’

숙박 사이트에는 이런 리뷰가 가장 최근에 올라와 있다. 기대처럼 이곳은 직접 가본 느낌도 만족스러웠는데, 그 느낌은 사실 이곳에 묵고 있는 여행자들에게서 받은 것이다. 

“저도 외국친구가 오면 추천해줘야겠어요.”

그곳을 떠나며 주인에게 말했다. 내가 묵고 싶은 곳이니 무엇보다 자신 있게 추천해줄 수 있겠다. 친구가 왔을 때 같이 묵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두 번째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이곳은 사실 내가 가끔 불쑥 들러서 와인을 마시기도 하는 곳이다. 



서촌의 숨은 보석, 나그네 게스트하우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거실에서 바라본 나그네 게스트하우스의 부엌. 


“여기는 어째 맨날 추울 때만 오는 것 같아.”

“누나가 너무 바쁘니까 그렇지. 나도 같이 와인 한잔 생각했는데.”

턱이 높은 방을 내 집처럼 기어들어갔다. 이곳에 묵는 손님들이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며 어울리는 거실 같은 곳이다. 아참, 이곳의 이름은 나그네 게스트하우스. 서촌 먹자골목에서 숨어있는 좁은 길로 들어가면 나오는 집이다. 육중한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법 넉넉한 안뜰이 나오는데, ㄷ자 구조의 집이 둘러싸고 있고, 동그란 돌징검다리 끝에는 자그마한 석상도 놓여 있다.


군더더기 없는 객실에는 주인이 직접 양단을 끊어다 만든 이불과 침구가 갖추어져 있다. 모두 한옥집의 이부자리 콘셉트로 침대방은 없다.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제정신일까 싶을 정도로 섬세한 주인이 엄청 공을 들여 만든 방과 창문, 인테리어소품, 타일, 색상까지, 사람들의 영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늘색에서 노란색으로 그라데이션된 객실 벽은 주인이 칠하는 데만 두 달이 걸렸는데, 바다에서 태양이 올라오는 빛을 떠올리며 칠하고 또 칠해 만들어낸 컬러다. 


바닥보다 턱이 높아서 다락방처럼 느껴지는 나그네게스트하우스의 거실 안. 


사실 와보면 알겠지만, 나그네 게스트하우스는 게스트하우스라기보다는 숨겨진 부티크 호텔 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8개의 방마다 별도의 화장실 겸 샤워실이 붙어 있고, 모두 개인실로 되어 있다. 오래된 한옥집을 공들여 개조했고, 그 정성을 게스트하우스 방방마다 소품마다 확인할 수 있다. 


객실로 가는 복도의 자리(사진 좌)와 안뜰의 모습(사진 우) 


서촌의 안주마을에서 거나하게 맥주를 마시는 날이면, 휘청거리는 다리를 끌고 이 집으로 오고 싶어진다. 하지만 예약하지 않은 날, 방이 있을 리 없다. 더구나 나 같은 취객보다는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의 보금자리로 바쁘다. 오랜만에 만난 주인은 그간의 이야기를 하느라 숨 쉴 틈도 없다. 나는 와인을 홀짝이며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 따뜻한 방에 두 다리를 뻗고서.  







 이동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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