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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게] 묵묵히 깎고 갈아 옥에 혼을 담다 - 가원공방 엄익평 장인

By SeoulStoryMaster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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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옥은 무병장수를 가져다주는 보석으로 귀하게 여겼습니다.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권이 옥을 사랑하는 이유가 이와 무관치 않지요. 중국이야 세계적 옥 생산국으로 유서 깊지만 우리나라에는 일제 때에야 옥 광산이 발견되어 끊겨가던 옥공예의 명맥이 겨우 이어졌습니다. 


변변한 연장 하나 없이 맨 손으로 옥을 다루던 장인들. 그 중에서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옥을 떡 주무르듯 깎고 쳐서 우아하고 아름다운 공예품으로 탄생시킨 장인이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종로3가에 위치한 ‘가원공방’에서 옥공예품 전시‧판매와 협업 프로젝트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옥장 엄익평 씨입니다. 투박한 손에서 탄생한 정교하면서도 우아한 옥공예품에는 장인의 겸손하면서도 한결 같이 수행한 세월의 흔적이 오롯이 새겨져 있습니다. 



생명줄이자 삶의 전부 ‘옥’ 

“너무나도 가난하던 어린 시절 학업을 중도에 그만둬야 했죠. 인연이었을까요. 16살 무렵 당시 옆집에 사시던 최영식 씨가 가내수공업을 운영 중이었는데 그 공장의 장인 중 홍종호 씨를 운명적으로 만났습니다” 


나무와 돌을 다루는 홍종호 씨의 솜씨가 어린 그의 눈에도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남다른 손재주로 만들기와 그리기에 자신 있던 엄익평 씨는 홍종호 씨를 스승 삼아 일을 배우기로 결심하지요. 


1~2년 가량 일을 배우며 숱한 어려움이 따랐지만 묵묵히 참고 기다린 끝에 독립을 이룹니다. 독립한 공방은 비록 상도동 작은 오두막이었지만 옥을 향한 그의 노력은 그칠 줄 모릅니다. 보다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기능인이 되기 위해 공구를 개발하고 연구를 거듭했지요. 그에게 옥은 생명줄이자 전부였던 것입니다. 단 한 순간도 옥과 떨어질 수 없었죠.  



각종 공모전 수상 휩쓸며 서울시 무형문화재 ‘옥장’으로 우뚝 서 

어느 날 옥을 단순 생계가 아닌 예술 작품으로 대하는 계기가 생깁니다. 공예품대전과 같은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면서부터입니다. 때는 1989년이었습니다. 당시 공모전에 출품하기 위해서는 상호명이 필요했습니다. 그 때 지은 이름이 가원공방인데요. 둘째 딸 이름 ‘가원(佳元)’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대한민국공예품대전의 전신인 서울시공예품경진대회에 처음 출품해 ‘노력상’을 받았습니다. 시작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그는 이듬해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 도전해 입선했고 1992년에는 드디어 장관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생계형 장인에서 전통 예술의 혼과 맥을 잇는 예술인으로 발돋움한 것입니다. 탄력이 붙은 엄익평 옥장은 한 해에만 4개의 작품을 만들어 출품하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혼과 열을 다해 작품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한 덕분일까. 1998년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 출품한 ‘당초수자 길상문 합’이 총리상을 수상하며 그의 옥공예 인생에 방점을 찍습니다. 각종 공모전에 입상해 받은 수상작만 모두 33작이나 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지칠 줄 모르는 연구‧개발 덕에 옥에 금속 상감을 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하고 이를 활용한 작품을 탄생시켜 ‘산업포장 훈장’까지 받았습니다. 옥을 대하는 그의 끊임없는 겸손과 열정, 노력 덕에 2006년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7호 옥장’이 되었습니다. 




혼을 담고 안목과 기예를 겸해야 돌덩어리가 작품으로 탄생 


“옥은 단순한 작업이 아닙니다. 문양이 담고 있는 의미를 알고 이해해야 각을 새길 수 있지요. 

단지 기능만 갖고는 안 되고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해야 합니다.” 


1년 넘게 작업 중인 작품을 어루만지며 설명하는 엄익평 장인의 눈빛이 반짝였습니다. 세상 어느 것 하나 쉬운 일 없다고 하지만 공부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없는 옥공예는 마치 스스로를 끊임없이 갈고 닦아 내는 수행과 같다고 볼 수 있죠. 


현재 국내에는 ‘각’을 하는 공예인이 엄익평 옥장을 포함해 10명 전후라고 합니다. 이 분야에 장인 수가 많지 않은데다가 예전에 비해 더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이런 상황에서 옥공예 분야 맥이 자칫 끊길 수도 있다는 우려는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다행히 그는 금속공예를 전공한 큰 사위에게 옥공예 기술을 전수 중입니다. 



일반인에게 옥공예를 접하게 하고 그 쓰임새와 효능을 알리고 싶어 체험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봤지만 수강생이 어려워해 잘 되지 않았다는 옥장의 말에서 전통을 이어나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옥도 덩어리만 놓고 보면 돌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혼을 담고 안목과 기예를 겸했을 때 비로소 생활용구로,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장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전통의 혼과 맥. 서울시 오래가게 ‘가원공방’ 주인 서울시 무형문화재 엄익평 장인은 힘차게 이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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