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HOME > 스토리 피드

[서울 오래가게] 장인의 손길로 아버지의 옷을 짓던 날

By SeoulStoryMaster 2018-06-01
608


장인의 손길로 아버지의 옷을 짓던 날

 

소풍날 아침이면 내 책상 위엔 도시락과 함께 새 옷이 항상 올려 져 있었다. 직접 싼 도시락이 어머니의 마음이었다면 한 벌의 옷과 신발은 1년에 한 번뿐인 특별한 날에 대한 아버지의 정성이었다.

 

내 아버지는 평생 장사를 하셨다. 장사하는 아버지는 움직이기에 가장 편한 옷을 입고 늘 출근을 하셨다. 빳빳하게 다려진 셔츠에 칼 각이 잡힌 양복바지를 입고 집을 나서는 아버지의 모습은 TV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이 돼서야 양복을 입은 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그런 아버지가 양복을 한 벌 맞춰야겠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순전히 나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그 말은 딸아이의 결혼식 날 입을 양복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내가 아니면 내뱉지 않으셨을 아버지의 말의 무게를 알기에 장인의 손에 아버지의 옷을 맡기기로 했다.

 


 

종로양복점

아버지의 60년 인생을 맡길만한 100년의 역사


  

우리가 찾은 곳은 <종로양복점>. 'Since 1916',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곳이니 아버지의 60년 인생을 맡길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꼼꼼하게 아버지의 몸을 체크하는 이경주 사장님의 굳은살이 박힌 손을 보니 오랜 허리디스크로 망가진 골반, 무거운 물건을 지고 나르느라 딱딱하게 굳어진 어깨 등 아버지의 성하지 않으신 몸에 맞춰 딱 맞는 양복을 지어주실 분은 사장님뿐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찬찬히 원단을 고르다 보니, 어린 시절 내 옷을 골랐을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핑 돌았다. 이경주 사장님 손에서 나의 어린 시절만큼이나 찬란할 중년의 아버지가 만들어지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문을 나섰다




    

 

개업년도 1916

주소 중구 수표로 45 을지비즈센터 618

전화 02-733-6216

영업시간 10:00~21:00

 

 

   

송림수제화

걸어온 삶의 모습까지 꿰뚫는 곳

 


아버지에겐 양복만이 없는 게 아니었다 . 양복에 맞춰 신을 구두도 없었다. 유난히 발볼이 넓고 큰 발을 가지신 아버지에게 맞는 구두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전 과정을 맞춤으로 제작한다는 <송림수제화>를 알게 되었다. 등산화를 전문으로 하는 수제화 점인 줄 알았는데 직접 방문해보니 트렌디하고 고급스러운 구두들이 벽면 한편에 잘 정리되어 있었다.

 

 

 

 

우리 아버지의 발을 본 사장님은 허리가 아주 아프셨겠어요.”라며 단번에 허리가 아프신 아버지의 상태를 알아보셨다. 허리가 아픈 사람이 불편한 신발까지 신으니, 점점 더 아플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하셨다.

딸도 아빠 발을 닮았구먼아빠를 닮아 발볼이 넓어 예쁜 구두를 사기가 어려웠던 나의 상태까지 꿰뚫어 보시는 것 같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손님 각각의 이름이 적힌 발본이 놓여있는 서랍장에 아버지와 나의 꼭 닮은 발본을 나란히 넣어 두고 을지로 길을 함께 걸어 집으로 왔다




    

개업년도 1936

주소 중구 수표로 60-13-4

전화 02-2279-1910

영업시간 09:30~19:00

 


직접 방문해서 옷과 신발을 맞추는 과정을 함께하니 장인 두 분의 손에 아버지를 맡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기성복보다, 기성화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외면받기에는 그 가격보다 더 큰 가치가 장인 두 분의 삶에 녹아 있었다. 두 장인의 손길이 아버지의 옷에 닿는 것이 참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느껴졌다.


이야기 속 명소찾기

표시에 마우스를 올리면 주소정보를 보실수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