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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주는 위로. 서울숲에선 가능해.

By SeoulStoryMaster 20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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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하게 맑아서 어쩐지 우울하면 안 될 것 같은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말을 잘 듣지 않는 날. 


"가볍게 혼자 마음을 토닥일 곳이 없을까?"


언제나 그랬듯 서울숲으로 향하는 발걸음. 몇 해 동안 그 곳에서 받았던 위로, 여러분과 함께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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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하면 왠지 차를 몇 시간은 타고 나가야 만날 수 있는 느낌이죠. 그런 숲을 등산이 아닌 서울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생각지 못한 생뚱맞은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면, 그 오랜 시간 동안 참 외로울테니 말이죠.




서울숲으로 가는 길, 언더스탠드에비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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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을 처음 찾은 건 아마도 2014년 가을이었을 겁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생각이 들 만큼 불안했던 30대 중반. 그러나 살려고 바둥거렸던 그때,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해 여기 저기 참 많이도 다녔죠. 서울숲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땐 이런 청년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없었는데, 상큼한 구조의 건물이 덩달아 조금은 활기를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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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정문으로 향하던 곳에서 좋은 카페를 하나 발견합니다. 카페 Seoul For'est. 성동구청에서 출자한 이 카페는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자 노인들의 일자리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었지요. 어르신 바리스타께 시원한 음료를 하나 건네받고 한여름 무더위를 조금 식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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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만 채운 책이 아닌, 청년들이 정말 읽어봐야 할 책들과 흥미로운 신간들이 가득했습니다. 간단한 프로젝트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영상장비와 아기자기한 커피추출 도구들까지... 청년들의 쉼터가 숨어있더군요. 무엇보다 시중 커피체인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맛 좋은 커피 음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반갑다! 서울숲!


연일 폭염 속에 최고 기온을 갱신하는 요즘. 한 낮의 무더위가 조금은 물러가고 그제서야 천천히 서울숲을 향해 출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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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스탠드에비뉴와 작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서울숲. 가장 먼저 이 군마상을 만나게 됩니다.  

'숲이 서울에 있어봤자 얼마나 크겠어' 생각한다면 큰 오산. 생각보다 넓은 규모에 생각 없이 걷다보면 길을 잃기 십상이죠. 군마상을 바라보고 서서 왼편에 있는 방문자센터에서 서울숲 지도를 챙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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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처럼 수면에 투영된 나무 그림자가 싱그러움을 더하고 있네요. 거울연못입니다. 

처음 찾았던 가을엔 온통 단풍이 물들어 알록달록 했는데 초록이 주는 마음의 위로도 참 괜찮습니다. 이쯤에서 늘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을 잠시 빼고 걸어 봅니다. 적당히 귀를 자극하는 여름매미 소리가 듣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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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록의 싱그러운 들판을 마주하고 서 있다면, 자, 이제 그 곳이 시작점입니다. 

어느 쪽으로 가도 다양한 서울숲의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저는 오늘 '서울 녹음길'로 선정된 서울숲 벚나무길을 따라 산책을 할 생각입니다. 


당신도 혼자 조용한 위로를 받으러 오셨다구요? 

그럼, 따라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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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부터 화려한 꽃 무리가 환영인사를 건넵니다. 마치 꽃다발을 한아름 선물받은 느낌인데요,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가끔은 이렇게 자연에게서 위로의 말을 전해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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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호수가 있는 수변쉼터를 향해 걷다보면 화장실과 매점 2층으로 커뮤니티센터를 만날 수 있는데요, 이 곳에서는 각종 강좌와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8 녹색 여름전>이 9월 초까지 진행되고 있으니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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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도로가 머리 위를 지나는 지점에 이르렀을 겁니다. 오른편으로는 은행나무숲이 펼쳐져 있고 11시 방향 쯤에는 사슴우리, 한강 쪽으로 빠지는 길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은행나무슾은 가을에 정말 절경을 이루는 곳인데요, 곧게 뻗은 여름 은행나무도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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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1시 방향으로 난 큰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 길 끝에는 무궁화 군락이 기다리고 있고 왼쪽으로 돌면 그 곳에서부터 약 200m 정도 사색하며 걷기 좋은 벚나무길이 조성되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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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을 따라 이어진 나무 데크. 그 위를 조용히 걸어 봅니다. 


봄에는 만개한 벚꽃으로 화려했을 길이 녹색의 차분함으로 가득했습니다. 축제의 분위기로 들떴을 그곳에서 조용한 시간의 위로를 받습니다. 강렬한 햇빛이 사색을 방해할까봐 줄지어 선  벚나무들이 푸른 잎이 가득한 팔을 뻗어 그늘을 만들어 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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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깊이 잠겨 조금은 우울한 늪으로 빠져들때 쯤, 간간히 만나는 작은 꽃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당신은 아마도 괜찮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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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혹시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면, 이곳 소원의 폭포에서 마음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 건 어떨까요? 두 마리의 돌거북이 소원을 들어준다네요.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마음의 짐. 이런 곳에 살짝 흘려버리는 것도 괜찮아요. 그러면 마음의 체기가 조금은 누그러드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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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물줄기가 어디로 흐르고 있나요?


저는 여러 생각에서 뻗어 나온 물줄기가 웅덩이 하나에 가득 찼습니다. 이 고인 생각들을 그대로 집으로 가져가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죠.


잠시 생각하다 한강으로 발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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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 무궁화 군락지를 넘어 생태숲 방향으로 직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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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숲에서는 꽃사슴 무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귀찮아 하지 않고 관람객들 가까이 다가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꽃사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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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우리 부근에서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가면 한강까지 길게 이어진 보행가교를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도보로 10분 정도 그냥 걷기만 하면 됩니다.




마음에 고인 웅덩이를 깨끗이 비워내고자 저는 한강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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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에 다다르면 시야가 확 트이는 한강이 펼쳐지죠. 멀리 동호대교가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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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가교에서 내려다 본 도로는 퇴근길 러시아워에 꽉 막혀 있습니다. 언제나 그 곳에서 답답한 숨을 몰아 쉬고 살던 날들인데, 오늘은 그곳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저는 오늘 여행자가 되었으니까요. 


"하루 쯤은 나를 위한 이런 시간들,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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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열기 속에 이열치열 열심히 운동하는 시민들이 바쁘게 오고 갑니다. 

벤치 한켠에 가만히 앉아 서울숲에서 짊어지고 온 마음의 웅덩이를 바라다 보았죠. 찰랑거리는 감정의 물결을 손으로 가만히 쓸어보다 이내 넓은 한강으로 흘려 보냅니다. 

또르륵 떨어진 물줄기는 거대한 한강에 휩쓸려 금새 자취를 감추어 버렸죠. 


"그렇습니다. 생각해 보면 참 아무 일도 아닐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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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함께 한 시간 어떠셨나요? 


차면 비우고, 끝내 비워지지 않는 것들이 때론 추억이 되기도 하고, 돌아 보면 그 치열한 과정 속에서 점점 강해져 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일...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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