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삶, 낭만이 담긴 알록달록 서울의 색色
색(色)이란, 눈에 보이는 사물의 밝고 어두움, 빨강, 파랑, 노랑과 같이 색상을 말하기도 하지만 “같은 부류가 가지고 있는 동질적인 특성”을
가리키기도 한다. 비슷한 것 중에서 유달리 튀고 남다르다는 뜻으로 ‘색다르다’는 말이 통하는 이유다.
서울의 골목들 또한 각각의 색을 가지고 세월의 흔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개발이 아닌 도시 보존과 재생 목적으로 기획된 벽화마을과 개성 있는 색깔과 모양으로 꾸민 카페 거리는 서울의 골목을 거니는 발걸음을 더욱 경쾌하게 해준다.
시작은 하나의 목적으로 만들어져 인위적인 손길이 닿았을지 몰라도 오랜 시간과 사람의 숨결이 스며
자신만의 색을 가지게 된 서울의 대표 골목 세 곳을 소개한다.
예술의 色(색) 이화마을
서울의 대표적인 벽화마을인 서울 종로구 이화동. 낙산 자락의 도성에 기대어 있는 마을인 이화마을은
조선 시대부터 경관이 수려해 양반들이 풍류를 즐기던 동네였다.
2008년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조성된 부산의 문현 벽화마을 이래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벽화마을이 등장했는데,
이화동 또한 마을 곳곳에 벽화 70여 점이 그려지면서 마을 전체가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했다.
평범한 동네였던 이화동이 벽화마을로 알려지면서 외부인의 발길이 닿기 시작했고,
다양한 드라마 속 배경으로도 등장해 한류 팬들이 꼭 찾는 순례 코스가 되기도 했다.
벽화마을이 조성된 곳은 대부분 사람이 빠져나가 쇠퇴한 지역이거나 달동네와 같은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식이 많다.
이화벽화마을 또한 처음 시작은 ‘도시 재생’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이화동이 간직한 시간의 마력 때문일까.
이화마을 골목으로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쇳대박물관>은 이화마을에 예술의 색을 입힌 첫 단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혜화역 2번 출구를 나와 마로니에공원을 지나 방송통신대학 옆으로 올라가면 <쇳대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 한쪽 면은 ‘쇳대’라고 쓰인 거대한 철판 위에 ‘ㅎ’이 잔뜩 새겨져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했고, 한글 글꼴디자이너 안상수 교수가 이야기를 입혔다.
열쇠나 자물쇠를 뜻하는 쇳대가 소통의 부재를 의미한다면,
철판 위에 ‘ㅎ’을 쓴 것은 쇳대가 열리는 순간 닫혀 있던 소통이 시작되고 웃음꽃도 피어난다는 뜻이리라.
아름다운 벽화를 감상하며 계단을 올라가면 마치 언덕 위의 무지개를 찾아가는 것처럼 설렌다.
때로는 파랑새를 쫓기도 하고 때로는 예쁘게 차려입고 나들이 가는 귀부인이 되기도 하고
거센 물살을 거슬러 고향을 찾아가는 연어가 되기도 하며 발걸음도 덩달아 힘이 솟는다.
계단을 지나 만나는 칠보공방은 이화동의 정겨움에 반한 김미연 작가가 주인이다.
아름다운 작품도 감상하고 마음에 들면 작품을 구입 할 수도 있으며 눈앞에 훤히 뚫린 정겨운 마을도 조망할 수 있다.
창밖으로 목멱산과 인왕산이 훤히 보이는 한 집에서는 개성 있는 이화마을 주택의 역사가 사진으로 남아있고,
아직도 원형이 잘 남아있는 국민주택이라고 불렀던 이층집에는 이화마을이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전시해놓았다.
<이화동 마을박물관>에서는 마을이 간직한 소박한 흔적만으로도 우리 근현대사를 느낄 수 있다.
마치 지붕 없는 전시회라고 느껴질 정도로 예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이화마을.
최홍규 관장은 최근 주택 7가구를 사들여 이화동 마을 박물관과 최가철물점 ‘개뿔’ 등을 만들어 마을 전체를 박물관, 공방, 갤러리 카페 등으로 리모델링하였다.
마을 사람들도 마을박물관에 전시할 생활용품과 사진을 기증하여 이화마을에 진정한 예술의 색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 / 자유기고가 류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