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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게 스토리투어] 과거와 현재가 사이 좋게 공존하는 '녹두거리'

By SeoulStoryMaster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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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 하는 오래가게 스토리 투어"

올해 말, 출간예정인 <2019 오래가게 가이드북>의 코스길을

2019 서울스토리텔링단이 먼저 걸어보았습니다.





청춘들의 뜨거운 열망이 켜켜이 쌓여있는 곳. 서울대 부근의 녹두거리다.

이 거리의 시작은 고시촌이다. 불타는 청춘들이 미래를 위해 현재의 자신을

책상 앞에 가둔 채 두툼한 고시책과 치열하게 드잡이했던 곳답게 

각종 고시학원들과 고시정보와 자료를 발 빠르게 제공하는 '고시도우미' 간판을 단

업체들이 곳곳에 박혀있다.





쿰쿰한 분위기의 고시원 자리에는 세련된 인테리어로 무장한

각종 스터디카페, 쉐어하우스들이 녹두거리에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올드 앤 뉴(old and new)의 동거다. 이 밖에 음식점, 주점, 카페, 당구장,

만화가게, PC방, 원룸촌이 촘촘히 들어서 있는 소박한 동네가 녹두거리이다.



 



'녹두'란 지명은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사이

이곳에 있었던 막걸리집 녹두집에서 유래했다.

동시에 1980년대 대학생들 사이에서 신화적 존재였던

녹두장군 전봉준을 추억하는 마음 또한 배어있는 듯 하다.


80년대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던 

동동주, 감자탕, 순대안주를 팔던 옛 주점들이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1993년도에 개업한 '황해도 빈대떡'만이 옛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 꼭 기억해야 할 이름 '박종철' 거리 "



녹두거리에는 꼭 기억해야 할 80년대 아픈 역사의 흔적이 있다.

바로 '박종철 거리' 이다.

고기집 건물 앞 낯설게 서있는 추모공간. '박종철을 기억하는 곳'이라는 간판과 함께

동그란 안경을 쓴채 기타 치는 20대 박 열사 모습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군은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 받던 중

고문과 폭행으로 세상을 떠났다.


'턱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기가 막힌 정부 발표는 이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 당시 대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모두 거리로 나와

울분을 토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관악구는 민주화항쟁 30주년을 맞이한 2017년.

당시 박종철 열사가 살던 하숙집이 있던 이 길을 '박종철 거리'로 선포했다.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의 민주주의가 그대의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동판에 새겨진 글귀, 그리고 1965년 태어나 1987년 세상을 떠난 숫자 속에

스물 두 살 대학생의 가슴 아픈 죽음이 오버랩되며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가 과거 누군가의 숭고한 희생 덕분이라는 걸 깨우쳐준다.





" 청춘들의 공유공간 등장 "



고단한 청년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유 공간이 녹두거리에 문을 열었다.

바로 '신림동 쓰리룸'.


관악구는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청년 인구 비율 1위인 '팔팔한 동네'다.

청년들을 위한 쉼터로 관악구가 마련한 이곳에는 서재, 거실, 공방, 라운지를 

갖추고 있으며 청춘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갖췄으면서도 기를 피지 못한 채 사는 청춘들이

편하게 쉬었다 가거나 혹은 여럿이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녹두거리 일대는 수십 년 세월을 우직하게 지킨 '오래가게'가 있다.




■ 휘가로


호프집 휘가로는 녹두거리 고시촌의 터줏대감이다. 1987년 개업 후 줄곧 자리를 지키면서

시원한 생맥 한잔으로 호프집을 찾는 대학생들의 '타는 목마름'을 해결해 주었다.


- 주소 : 서울시 관악구 신림로 11길 20

- 문의 : 02.889.1722


  



■ 그날이 오면


꿋꿋하게 세월을 버티며 서울의 고시촌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인문사회과학 전문 서점이다.

아담한 서점 안에는 서가마다 책들이 빼곡히 꽃혀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책은 약 2만5천 권.


베스트셀러나 참고서처럼 '돈 되는 책' 대신 오로지 인문사회과학 서점들만

고집하는 색깔과 근성이 있는 서점이다.


 



1988년 문을 연 <그날이 오면>, 김동운 사장이 1993년에 서점을 인수해 줄곧 운영하고 있다.

90년대 인문사회과학 서점의 짧은 전성기를 거친 후

줄곧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출판시장을 뚫고 오뚝이처럼 버티고 있다.


러시아혁명, 페미니즘 등 서점 한켠에는 테마별 책 공간도 마련돼 있다.

작가와의 만남, 북토크, 강연회도 열린다.





쌓인 세월만큼 특별한 사연과 추억, 아름다운 인연이 서점의 히스토리에 스며들어있다.

"90년대 불온서적 취급한다는 죄목으로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갔을 당시

소식을 전해들은 서울대생 수백 명이 나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던

그날의 뜨거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라고 김 사장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 중 몇몇은 지금까지 서점의 단골 고객이라고 귀띔합니다.

온라인서점(www.gnal.co.kr)도 운영중인데 절판되어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인문사회과학서까지 구할 수 있는게 이곳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 주소 : 서울시 관악구 신림로 14길 26

- 문의 : 02.885.8290





글, 사진 / 2019 서울스토리텔링단 오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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