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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오래가게] 퇴근길에 들린 작지만 강인한 서점, '그날이 오면'

By SeoulStoryMaster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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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날'을 위해



첫 인턴 생활을 시작하고 지쳐있던 나를 위한 여유를 갖기 위해 오랜만에 서점을 들렸다.

오늘은 자주 가던 회사 옆의 대형 서점이 아닌 집 근처에 있는 지역 서점, '그날이 오면'으로 향했다.

지긋지긋한 토익, 컴퓨터활용능력 책들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온전히 나와 세상을 생각할 수 있는

책을 찾기 위해 말이다.



야근 후 출발해 오후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서점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늦은 시간 탓에 문을 닫았을까 걱정하던 내 마음에 안심을 심어준 빛이었다.


서점 <그날이 오면>은 1980년대 개업하여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온

관악구 대학동 역사의 산물이다. 서울대학교 주변에 위치해있는 만큼, 80년대 당시 운동권의 향기를

물씬 풍기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점에 들어가면 바로 1980년대 당시 시대의 향기가 묻어져 나오는 포스터가 보인다.

나도 모르게 눈길이 사로잡힌 서점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포스터이다.

이 포스터를 보다 보면 문득 이 곳을 방문하던 이들의 '그날'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서점의 규모는 작을지라도, 이 작은 공간에 담긴 책들과 책에 담겨 있는 지식의 크기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그날이 오면>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인문사회과학 전문 서점으로 

대형서점에라면 저 어디 구석에 숨겨져 있을 책들을 이 곳에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이런 책들이 실로 반갑다.

누군가 적은 추천사, 줄을 세운 베스트셀러 순이 아닌 그저 그들만의 가치를 보여주는 책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온전히 내 생각으로 고를 수 있는 책들이라니. 내 키를 훌쩍 뛰어넘는 책장들 속에서 파묻혀 

나는 오랜만에 나와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생각을 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아담한 의자가 눈에 띄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의자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을 넓혀갔을까.




월간 추천 코너도 소박하지만 알차게 마련되어있다. 이번 달의 추천 주제는 '러시아 혁명 100주년'.

보다 넓은 사회를 보고 싶지만 아직 잘 모를 수도 있는 이들에게 좋을 만한 배려였다. 나를 포함하여! 

80년대 대학생들의 발걸음이 오갔던 이 곳에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대학생인 내가 방문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다.



삼십여년 전에도 '그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에게 공간을 내주던 이 곳은

2019년 현재에도 여전히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곳, 작지만 강인한 힘을 가진 곳.



서점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나의 '그날'을 준비하기 위해 관심이 있던 책을 하나 구입했다.

이 서점에서 만난 책이 내 일부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되어줄 것이고,

그 눈이 내가 기다리는 '그날'을 오게 하리라 믿는다. 바로 과거의 누군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글, 사진 / 2019 서울스토리텔링단 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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