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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오래가게] 원칙을 지키다, 미도파 꽃집

By SeoulStoryMaster 20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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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고 가는 영등포 지하상가

옷이며 신발이며 없는 것이 없는 거대한 만물점 속을 걷노라면 어느샌가 피로가 몰려온다

하루가 머다하게 생겨나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상점들을 지나쳐 출입구 쪽으로 향한 길에 

유독 시선을 잡아 끄는 것이 있다꽃이다가을 제철을 맞은 알록달록한 소국(小菊)들이 불을 켠 듯 환하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지하쇼핑센터에 위치한 미도파 꽃집


언제부터인가 꽃을 보면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자세히 뜯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며 너스레를 떨었더니 꽃집 안사장님께서 한마디 거드신다

"젊었을 때는 내가 꽃이니까 꽃을 봐도 시큰둥하지나이가 더 들어봐요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니까." 

사십 년 가까이 꽃과 함께 세월을 보내온 탓일까안사장님 인상이 고우시다가판대에 놓여있는 꽃다발들 또한 참 예쁘다.



소국도 종류에 따라 꽃말이 틀리다. 노란 소국의 뜻은 "섬세한 사랑"


한눈에 보아도 꽃들의 상태가 좋고 신선하다

안사장님께서 당일 새벽 남대문 시장에서 직접 공수해오신 거라고

매일같이 꽃들을 공수해오는 것이 힘드시지 않느냐고 여쭈었더니 

"건강도 챙길 겸 좋은 운동을 하는 거지일이라고 생각하면 고되지 않아요?" 

가게 안을 쭉 둘러보니 이러한 팻말이 걸려있다


<저희 미도파 꽃집에서는 냉장고 꽃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영등포 지하상가 일대에서 미도파 꽃집이 유명한 이유를 조금쯤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시사철 인기 있는 꽃 '장미'


귀여운 퐁퐁 꽃다발의 가격은 일만 원 대


"요즘에는 제철 소국이 잘 나가요장미야 사시사철 인기가 있으니 늘 신경 써서 팔고 있지아가씨는 무슨 꽃이 제일 좋아요?" 

사람마다 꽃에 대한 취향이나 기준이 있을 것이다계절별로 선호하는 꽃이 다를 수도 있다

봄에는 튤립이 좋고 가을에는 붉은 장미나 노란 국화가 좋다는 식으로

요즘에는 꽃의 품종들이 다양해서 선택의 폭이 넓고 그만큼 대중들의 취향도 고급화세분화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역시 단순한 게 좋다. '꽃알못이면 어떠하랴가을에는 뭐니 뭐니 해도 크고 화려한 해바라기가 제일이다.


요즘 핫한 미니 해바라기. '선리치'뿐 아니라 '프로방스', '고흐' 등 다양한 품종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미도파 꽃집의 대표님즉 바깥 사장님을 인터뷰하기로 한 시각은 오후 4

대표님이 오길 기다리는 동안 필자와 안사장님의 수다(?)가 간간히 이어졌다


"이곳 영등포 지하상가에서 40년 동안 쭉 영업하신 거예요?" "아니지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 제기동에 미도파 백화점이 있었는데거기에서 처음 꽃 사업을 시작했어요

 20년쯤 크게 장사하다가 IMF가 터지면서 백화점이 부도가 났어그 이후에 여기 영등포 지하상가에 자리를 잡은 거예요." 


꽃다발을 만드는 안사장님의 손길이 분주하다. 많게는 하루에 50여개 정도 만드신다고 한다.


영등포 지하상가에 자리를 잡은 이후에도 크고 작은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원칙 지키기". 

365일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하는 곳이 미도파 꽃집이다

퇴근 이후 늦은 시간에도 꽃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에 일찍 문을 닫는 다른 꽃집들과는 달리 

늦게까지 운영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아마 밤 11시까지 장사하는 꽃집은 전국에서 우리 집이 유일할 거예요." 

영등포 지하상가를 오가는 유동 인구를 생각하면 납득이 갈만하지만

그럼에도 한결같은 영업시간을 고수하는 것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미도파 꽃집 박래웅 대표님


대표님을 뵙자마자 자연스럽게 떠오른 질문도 위 맥락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든 살이 훌쩍 넘은 미도파 꽃집 대표님은 연세가 무색하리만큼 정정한 목소리로 힘주어 말하신다


"그야 당연히 힘들지하지만 남들과 똑같이 하면 어떻게 성공을 해요

수 십 년째 장사하면서 꽃들을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꽃집에서 꽃을 사가는 소비자들은 알아요꽃이 쉽게 시들지 않고 오래 아름다움을 유지하거든

물론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는 게 여간 힘들고 성가신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사람들이 꽃을 최상의 상태에서 오랫동안 즐겼으면 하는 마음인 거지."


옛 멋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노포 (老舖) 미도파 꽃집


올해 사십 년 외길을 걸어온 미도파 꽃집에 경사가 생겼다

역사와 전통을 인정받아 2019년 서울시의 '오래가게'로 선정된 것

'오래된 가게가 오래가기를 바란다라는 의미' '오래가게 30년 이상 운영했거나 2대 이상 전통 계승

또는 대물림되는 가게를 우선으로 선정된다이번에 선정된 오래가게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서울시 주관으로 적극 홍보되어 국내외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코스로 개발될 예정이다. 



미도파 꽃집은 핸드드립 아메리카노와 생과일주스를 판매하는 카페 영업을 겸하고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상승하는 물가에도 정가를 고집하느라 꽃집 장사만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힘들었던 것

꽃집의 명성에 뒤쳐질세라 커피 맛 또한 좋다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호기심에   주문했더니 컵 홀더에 예쁜 꽃들이 그려져있다

영등포 지하상가를 찾게 된다면 아름다운 꽃과 함께 핸드드립 아메리카노 한 잔을 즐기면 어떨까.




글, 사진 / 2019 서울스토리텔링단 강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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