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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게] 나전칠기 외길 인생 50년 - 국선옻칠 오세운 씨

By SeoulStoryMaster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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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만 가볍지 않고 예스럽지만 촌스럽지 않은 옻칠 공예. ‘나전칠기’로 잘 알려진 옻칠 공예는 기원전 1세기에 시작되어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의 소중한 전통 공예입니다. 19세부터 50년 간 한눈 한번 팔지 않고 묵묵히 외길을 걸어온 국선옻칠(구 신일공예사) 1대 주인 오세운 씨는 대를 거듭하여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나전칠기, 제작자에서 유통‧판매자로 변신 

19세. 한창 꿈 많은 나이에 혈혈단신 상경한 청년 오세운 씨는 먹고 살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습니다. 그 때 인연이 된 나전칠기 공방. 그곳에서 기술을 배워 직접 제작에 나선 그는 나전칠기 제작자로서 고달픈 삶을 살았습니다. 수입이 넉넉지 않았으니까요. 제조 보다는 수입이 괜찮은 유통에 눈을 뜬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전칠기 제조와 유통, 판매까지 두루 섭렵한 이력 덕분에 1977년 나전칠기 판매점인 ‘신일공예사’를 창업합니다. 당시만해도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 편이었고 이들이 주로 인형과 나전칠기, 인삼을 사갔다고 합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공방을 직접 찾아 제작 과정 전반을 관리하고 이를 판매해 가게를 키워갑니다. 



나전칠기 공예의 세계화를 위해 ‘국선옻칠’로 바꿔 

현재 국선옻칠은 1대 주인인 오세운 씨의 아들 문화재기능인 제007027 국선 오명호 씨가 이어 받아 운영 중입니다. 2대 주인 오명호 씨는 나전칠기 디자인부터 제작에 이르는 전과정을 책임지고 제작하는 옻칠 장인인데요. 국선옻칠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나전칠기 공예품은 오명호 씨의 혼이 담긴 작품입니다. 


2대 주인장이 처음부터 가업을 이어 받은 케이스는 아니라고 합니다.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던 그는 어느 날 아버지 오세운 씨에게 ‘같이 일해보자’는 권유를 받습니다. 아버지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어 ‘딱 1달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출근하기로 약속합니다. 그런데 웬걸요. 출근한 아들은 가게가 바삐 돌아가도 일을 하지 않는 대신 PC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었죠. 비록 1달이지만 아버지 일을 돕겠다고 나선 아들이 출근하는 내내 컴퓨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아버지는 화도 나고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한 달 내내 아버지 일을 돕지 않던 아들이 갑자기 가업을 이어받겠다고 한 것이죠. 더욱 황당한 일은 오명호 씨가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겠다’라고 한 것입니다. 오세운 씨는 물건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고도 살지 말지 하는 세상에 온라인으로 돈을 보내고 물건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일은 여기서 벌어집니다. 쇼핑몰을 만들었는데 인터넷 사진만보고 나전칠기 공예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생긴 것입니다. 오세운 씨는 그 때야 비로소 아들의 선택과 결정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렇게 오명호 장인이 아버지 가게 신일공예사를 이어 받았습니다. 이 때 가게명도 바꿨습니다. 역사가 깊은 나전칠기야 말로 충분히 세계화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 공예품이므로 이를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국선(國先)으로 개명했다고 합니다. 




화려함 뒤에 숨은 정성과 인내로 탄생하는 나전칠기 

나전칠기로 잘 알려진 옻칠 공예의 주재료는 조개입니다. 조개 중에서도 전복이나 소라패를 가공해서 쓰는데요. 국내에 갯벌이 많아 조개 종류가 다양하지만 그 크기가 작아 자개로 가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가공해봤자 손거울이나 열쇠고리처럼 작은 물건을 만드는 데 주로 이용되지요. 보통은 국외에서 큰 조개를 들여와 자개로 가공해 나전칠기 공예품을 제작한다고 합니다. 


줄음질과 끊음질 기법으로 문양을 오리거나 길쭉하게 썰어 칠면 위에 붙이거나 끼워 넣는 방식으로 제작되는데요. 작업 공정만 20단계가 넘고 완성품으로 탄생하기까지 칠하고 말리고 연마하기를 끊임없이 반복해야 합니다. 작은 보석함 만드는 데 보통 2개월 정도 걸리지만 작품 규모가 큰 장롱 같은 경우는 1년까지도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옻칠 공예의 화려함 뒤에 숨은 장인의 정성과 그 인내에 머리가 절로 숙여지지요.

 


국선옻칠에서 제작되는 공예품 가운데 판매 1순위는 보석함입니다. 화려함 그 자체인 보석함과 그 안에서 반짝이는 보석이 조화를 이루지요. 손거울과 명함함, 필함, 열쇠고리, 족자, 명함케이스처럼 일상에서 쓰이는 제품에도 나전칠기를 입혀 제품의 가치를 한껏 돋웁니다.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고 하네요. 특별한 선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전칠기로 만든 제품이 인기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오세운 씨는 자주 들러 공예품을 사가던 고객을 떠올립니다. 


“무역업을 하는 고객인데요 외국인들에게 나전칠기 공예품을 선물하면 참 좋아하더랍니다. 국선옻칠 나전칠기를 수출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자부심도 느끼고 있고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라며 나전칠기의 세계화에 기대를 비쳤습니다. 



덧붙여 그는 “나전칠기는 그 역사가 오래된 전통 공예로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우수한 제품임에도 정부 차원의 관심이 부족한거 같아요. 개인이 대중에게 알리고 이루어나가는 데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인재발굴과 육성하는 데 도움이 필요합니다”라며 관심과 도움의 필요성을 힘주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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