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HOME > 스토리 피드

[세종대로] 창의궁터

By 이야기자료실 2013-08-31
4186

영조 임금의 그림자를 찾아서

서촌에 가면 영조 임금님의 그림자를 볼 수 있습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북쪽으로 곧장 100여 미터 쯤 걸어오면 까만색의 돌에 창의궁터라는 글씨를 새겨 논 표지석을 보시게 됩니다. 이 일대 대부분이 창의궁이였을 걸로 추정되지만 지금은 흔적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창의궁은 영조 임금님이 왕자 시절 가례를 치르고 부인과 함께 궁궐을 나와(이를 출합이라고 부른답니다.) 이곳에서 살았습니다. 이곳에서 살다가 그의 이복 형이자 그 유명한 장희빈의 아들 경종이 숙종의 대를 이어 왕이 되자 왕세제(왕세자가 아닙니다.)가 되어 다시 궁궐로 다시 들어갔습니다.

영조 임금님은 숙종의 아들로 창덕궁에서 태어났지만 정식 왕비의 소생이 아니므로 다음 임금이 될 수도 없었고 더 더욱이 그의 어머니가 궁궐에서 빨래나 바느질 등 허드레 일만 하던 무수리였으니 임금이 될 생각은 애시당초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였습니다. 그러나 자손이 귀했던 그 당시의 왕실 형편에서 보면 너무나 귀한 남자 자식이였고 실제로 아버지 숙종의 사랑도 듬뿍 받으셨습니다. 그 당시 조정의 사정은 소론과 노론이라는 두 정치적 파당들이 극심히 대립하여 목슴을 걸고 싸우고 있었고 이들 모녀인 영인군과 숙빈 최씨도 이 싸음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숙빈 최씨도 궁궐에서 살지 못하고 궁궐에서 나와 살게 되었는데 나중에 이곳 아들인 영인군(영조의 왕자시절 이름)의 집에 와서 살다가 아들이 왕이 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습니다.

가장 오래 살았고 가장 많은 해를 임금 자리에 계셨던 영조 임금님, 천하디 천한 신분으로 어린 나이에 궁녀가 되어 임금의 승은을 입어 왕자를 낳고 그 아들이 언젠가 임금이 되기를 소원했던 숙빈 최씨가 살아가는 모습이 이곳에 서면 보이시나요. 그 그림자를 그려봅니다.

그 바로 앞자리에 벼락을 맞아 사라져버린 백송이 있습니다. 이곳에 붓글씨로 유명한 추사 김정희가 살았었습니다. 그가 태어난 예산에는 지금도 우람한 백송이 있는 걸 보면 추사 선생님과 백송은 아무래도 인연이 깊나 봅니다. 바로 여기에 영조 임금님의 맏딸인 화순옹주가 살았습니다. 화순 옹주는 영조의 맏아들인 효장세자의 동복 누이동생이였는데 이분도 이곳 창의궁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임금이 되신 여덟 해가 된 해에 김한신이라는 분과 가례를 치르는데 바로 이분이 김정희 선생님의 증조부가 되시는 분입니다. 부마가 된 김한신은 키가 훤칠나게 크고 눈동자가 맑았으며 용모가 준수한 소위 얼짱이였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38세의 젊은 나이로 죽게 됩니다. 동갑내기 남편이 죽자 화순 옹주도 곡기를 끊고 죽기를 결심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영조임금님은 황급히 궁궐을 나와 딸이 사는 집을 찾아와서 호통을 치자 옹주는 마지못해 그 자리에서 죽을 한 모금 먹었으나 아버지가 돌아간 후 다시 음식을 입에 대지 안하고 곧바로 굶어 죽게 됩니다. 임금의 핏줄로 태어난 귀한 목슴이 젊은 나이에 지아비의 죽음을 견뎌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슴을 끊은 화순 옹주의 애절한 남편 사랑이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그 당시 집 정원 어딘가에 있었을 백송이 고목이 다 되어 이렇게 흉측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노라면 다시 한번 화순옹주의 애간장이 짤려나가는 애절한 아픔이 느껴지는 그런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나와 곧장 청와대를 향해 올라가면 칠궁이 있습니다. 칠궁이란 자기 소생의 아들이 왕이 되었지만 본인은 왕비가 못되어 종묘에 신위가 모셔지지 못하고 별도의 사당을 지어 위패를 모신 곳인데 이중 육상궁이란 곳이 영조 임금의 어머니 숙빈최씨 위패를 모신 곳입니다. 영조는 살아있는 내내 어머니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폐허가 되어버린 경복궁터를 지나 자주 육상궁을 찾아 제사를 올렸습니다. 여러분은 곤룡포에 연을 타고 육상궁을 행차하는 영조 임금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나요? 육상궁은 지금은 청와대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자유롭게 찾아 갈 수는 없습니다. 청와대 관람을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청와대 관람 시 같이 칠궁에 가실 수 있습니다. 서촌에 가면 꼭 영조 임금님의 그림자를 한번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