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HOME > 스토리 피드

한양도성 쪼개 걷기 - 조선 최대의 어물시장이 있었던 ‘칠패’터 (2편)

By 서울사람2 2016-05-16
3756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칠패로를 따라 250m정도 내려가니 염천교사거리에 작은 표석 하나가 서 있습니다. 칠패 터를 알리는 표석입니다. 아담한 표석과 소박한 타일 벽화 한 장만으로는 이곳이 한양의 3대 시장 중 하나였다는 것을 믿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19세기 중엽 한양의 세태를 노래한 <한양가>에서는 “칠패의 생선전에 각색 생선 다 있구나.”라며 “민어, 도미, 준치, 낙지, 소라, 조개, 새우, 전어 등을 판다.”고 묘사했습니다. 완전 노량진 수산시장입니다. 다른 기록에는 “남문 밖 칠패 곳곳에 난전을 장황하게 설치하고 아침에 모였다가 저녁에 흩어지는데 사람과 말이 무수히 숲을 이루어 어지럽게 사고 팜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최악의 불황이라는 요즘 칠패의 활기찬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듯합니다. 



칠패는 어떻게 한양 최대의 어물시장으로 성장한 걸까요? 칠패의 성공비결은,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완벽한 ‘공정거래 위반’입니다. 칠패의 주요 거래 품목은 어물이었습니다. 칠패의 어물 상인들은 지방에 내려가서 어물을 직접 구입해 오는 것은 물론이고, 지방에서 한양으로 들어오는 어물을 중간에서 매점매석하는 방법으로 어물을 확보했습니다. 




[사진] 조선 최대의 어물난전 칠패시장이 있었던 서소문 밖. 지금의 염천교 사거리 






[사진] 칠패 터 주변의 아담한 공원 



칠패의 어물상들은 충청-전라-경상의 삼남에서 들어오는 어물을 확보했으며, 동부지역 특히 원산지방의 어물을 독점했다고 합니다. 장사하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차질 없는 물량 확보는 사업의 기본 아니겠습니까? 칠패 상인들은 한양으로 들어오는 어물을 매점매석하여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해 큰 이득을 취했습니다. 당연히 중간도매상에게 물건을 받기로 했던 운종가의 어물전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되었죠. 칠패의 어물상은 운종가의 어물상들을 점점 압도해 갔으며, 정부 허가시장인 ‘시전’이 비허가 시장 난전의 상거래를 금지하는 ‘금난전권’은 폐지되고야 맙니다. 운종가는 시전이었고, 이현과 칠패는 한양의 대표적인 난전이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경제를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법과 규제 보다는 개인의 욕망과 자유인가 봅니다. 





[사진] 도성의 야간순찰을 담당했던 순청터. ‘칠패’라는 이름은 여기서 비롯됐다. 




[사진] 찻길과 나란한 길이지만, 봄날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걷기에 좋다. 





[사진] 외국 아님. 서대문역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카페에 외국인이 분위기를 확~!



칠패라는 이름은 조선 후기 한성부를 8패로 나누어 순찰하던 제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패牌란 40~50명 규모의 작은 작은 부대를 말합니다. 순청에서 도성의 야간순찰을 담당했고, 그 터를 알리는 표석이 염천교사거리에서 서대문으로 가는 길에 있습니다. 


칠패시장터 표석이 있는 염천교사거리에서 서대문으로 가는 길은 사대문 안쪽의 찻길 치고는 꽤 걸을 만합니다. 큰 도로가 아니라 차가 빨리 달리지 않고, 은행나무 가로수도 큼지막하여 풍성한 그늘도 드리웁니다. 길 중간에는 찻집이 있어 쉬어갈 수 있습니다. 찻집은 호텔 1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많아 이국적인 느낌마저 듭니다. 




[사진] 오늘 걷기의 종점인 서대문 



한양도성은 옛 서울의 경계였지요. 오늘 우리가 걸은 곳이 남대문에서 서대문까지이니, ‘개념적’으로 한양도성의 1/4을 걸은 것입니다. 남대문과 서대문 사이에 서소문이 있고, 서소문 밖에는 칠패시장이 있었던 것이죠. 안타깝게도 남대문 외에 서대문, 서소문, 칠패는 지금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복원도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옛 시장을 어떻게 만들겠으며, 땅값은 둘째 치고 번화한 곳에 굳이 서대문과 서소문을 복원하여 도심을 복잡하게 할 이유도 없겠지요. 안 그래도 복잡한 곳인데요.  


한번 산책에 한양도성 상식 하나씩! ‘한양도성에는 동서남북에 사대문이 있었고, 그 사이에 사소문이 있어 총 8개의 문이 있었다.’ - 다음에는 어디로 가볼까요? ‘한양도성 쪼개 걷기’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 한양도성 쪼개 걷기 - 조선 최대의 어물시장이 있었던 ‘칠패’터 (1편)으로 



-----------------------------


* 찾아가는 길 

지하철 1, 2호선 시청역 8번 출구 450m 전방 숭례문에서 출발 


※ 이 글은 『이야기를 따라 한양도성을 걷다』(서울특별시, 2014)를 참고하였습니다. 



이야기 속 명소찾기

표시에 마우스를 올리면 주소정보를 보실수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