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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서울] 바람과 햇살이 드는 마당 '별뜨락'

By 소여니 201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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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서울로 머물러 있는 종로구 부암동.

 

작은 미술관, 개성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70년대의 방앗간, 백사실 계곡,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모여있는 동네. 조용한 공간이 필요할 때 지하철에서 버스를 갈아타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도 찾아가는 곳이다.

 

부암동에서 진행하는 모임을 가기 전 책 읽을 공간이 필요해서 찾아가는 길. 오래 전 공사하는 모습을 본 카페를 찾았다. 야외였던 기억 하나만으로 계단에 올랐는데 바람과 햇살이 머물러 주말의 오후를 즐기기 좋은 공간이다. 미세 먼지 <강>이라는 제보 속에도 부암동은 영향을 받지 않는 느낌이다.

 

연두 연두 하는 나무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카페 난간의 바람개비도 쉼 없이 돌아간다. 얼굴로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는 시원했고, 월드컵 경기장 만큼 넓은 등판은 따뜻한 햇살이 마사지해주어 주말의 한가함을 끌어안았다.

 

집에서는 읽히지 않았던 글귀도 빠른 눈동자를 따라 이어졌다. 이곳은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올랐다가 머물러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안쪽으로 숨어져 있는 곳이라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곳은 아니었기 때문일까. 책 읽으며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살짝 더워진 날씨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아메리카노는 기분을 한층 끌어올렸고, 종로에서 사온 치아바타는 하늘의 구름처럼 폭신 폭신해서 잘 넘어갔다.

 

공간이 마음에 들어 스탬프 카드도 발급받았다. 야외 공간이라 비가 올 때는 이용할 수 없지만 햇살 들고 바람 부는 날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공간이 되겠지. 카페 이름처럼 정말 좋은 뜨락이다.

 

위치를 엄밀히 말하면, 윤동주문학관에서도 가장 유명한 공간 <우물 바로 옆>이다.

 

 

- 이 공간에서 읽었던 메리 올리버의 '휘파람 부는 사람' 한 구절 -

 

(이끼, 어쩌면 세상이 평평하다는 생각은 부족적 기억이나 원형적 기억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여우의 기억, 벌레의 기억, 이끼의 기억인지도 몰라. 모든 평평한 것을 가로질러 도약하거나 기거나 잔뿌리 하나하나를 움츠려 나아가던 기억. 지구가 둥글다는 걸 깨닫는 데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현상-직립-이 필요했지. 이 얼마나 야만적인 종족인가! 여우와 기린, 혹멧돼지는 물론이고, 이것들, 작은 끈 같은 몸들, 풀잎 같고 꽃 같은 몸들! 코드그래스, 크리스마스펀, 병정이끼 그리고 여기 작은 흙더미 위를 발톱과 무릎과 눈으로 뛰어다니는 메뚜기도 있지. 나는 가을에 장작더미에서 검은 귀뚜라미를 보면, 겁을 안 주지. 그리고 바위를 좀먹는 이끼를 보면, 다정하게 어루만져, 사랑스러운 사촌.)


 

 <봄을 알리는 연두연두 나무들>

 

  <별뜨락 공간 - 바람개비 앞>

 

 <햇살이 함께 한 공간>

 

 

 

 

 

■ 별뜨락(010-2506-0901)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19 윤동주문학관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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