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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마주치는 클래식, '피아노 치는 이정환'

By 송지운 201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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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걷다가 알록달록한 피아노를 만나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면 지하철 안에서 중고 피아노를 기증 받는 포스터를 마주한 적이 있으신가요?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달려라 피아노'라는 이름을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달려라 피아노'는 2008년 영국에서 'Play Me! I'm Yours!'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후에는 뉴욕에도 Sing for Hope 재단을 통해 거리 피아노가 설치되었는데요. 우리나라의 '달려라 피아노' 프로젝트는 Sing for Hope 재단의 협조로 시작되었습니다.


'달려라 피아노'는 중고 피아노를 기증 받아 아티스트의 손으로 새롭게 탄생시켜 지역 곳곳의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 피아노를 연주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 피아노가 놓임으로써, 누군가 피아노를 연주는 순간 평범한 거리는 공연장으로 변신합니다. 소통이 메마른 현대 사회에 '달려라 피아노'가 시민들 간의 새로운 소통 창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신촌 홍익문고 앞에 위치한 ‘달려라 피아노’ 1호


 우리나라 최초의 '달려라 피아노'는 2014년 신촌 홍익문고 앞에 놓였습니다. '달려라 피아노 1호'라는 점 외에도 홍익문고 앞의 피아노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사람들이 붐비는 주말이면 영상으로만 접하던 버스커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 중에서도 매주 토요일 저녁 신촌에서 만나볼 수 있는 '피아노 치는 이정환' 씨를 만나봤습니다.



 '피아노 치는 이정환' 씨는 2014년 여름, '달려라 피아노'가 신촌 거리에 설치되었을 때부터 버스킹을 시작했습니다. 휴대성이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피아노 버스킹은 상상도 하지 못하던 때에, '달려라 피아노'는 그에게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피아노 치는 이정환' 씨는 사람들 앞에서도 잘 긴장하지 않는 본인을 무대 체질, 버스킹 체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Q. '피아노 치는 이정환'에게 신촌 홍익문고 앞의 거리 피아노가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신촌 홍익문고 앞의 피아노는 관객과 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고 소통하게 만들어주는 매개체입니다. 버스킹이 지니는 매력은, 수많은 공연 형태 중 연주자와 관객의 거리가 가장 가깝다는 것입니다. 연주를 기대하지 않았던 행인이 한순간에 감상자가 되기도 하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쉽고 간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소통 도구가 된 것 같습니다.


Q. 신촌에서의 버스킹이 첫 버스킹이었나요?

A. 사실 첫 버스킹은 2014년 5월 홍대에서였습니다. 저는 꿈을 이루는 단계를 설정했습니다. '앨범을 내보자, 버스킹을 해보자' 이런 단계들이죠. 꿈을 크게 가지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인 단계들을 설정하며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계획대로 2013년 11월에 앨범을 처음 발매하였고, 겨울왕국의 커버 영상으로 SNS에서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비를 털어 앰프와 키보드를 빌려 홍대 거리로 나갔던 것이죠.


Q. 신촌 홍익문고 앞 피아노 외에 추천할만한 피아노 관련 명소가 있을까요?

A. 얼마 전에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도 '달려라 피아노'가 생겼습니다. 문화예술 공간 안에 자리 잡은 누구나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는 분위기는 물론, 취지까지 잘 어우러집니다.


Q. 피아노 버스킹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피아노로 버스킹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험입니다. 휴대성은 떨어지고 대중의 귀는 보컬 있는 음악에 더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버스킹도 보컬이 있는 공연으로 획일화 되어있습니다. 그에 반해 피아노는 악기 하나로 멜로디와 반주를 모두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악기입니다. 저는 이런 점을 오히려 틈새시장으로 역이용 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Q. 피아노는 언제 배웠나요?

A. 전문적으로 피아노를 배우지는 않았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부모님의 권유로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고, 그 때부터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클래식 위주의 음악교육에 흥미가 생기지 않아, 일 년 정도 후 그만 두었습니다. 틀 안에서 연주를 해야 하는 클래식보다는, 고등학교 때 동아리를 통해 접하게 된 뉴에이지가 저와는 더욱 잘 맞았습니다. 제 음악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은 저의 소망도 한 몫 했죠. 대중들이 뉴에이지 음악을 들어준다는 점에서 시대를 잘 타고난 것 같기도 합니다.


Q.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평가한다면?

A. 저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재능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그저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입니다. 대신 저는 음악을 충분히 즐겼습니다. 덕분에 큰 슬럼프에 빠져 낙담하는 일도 딱히 없었죠.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제가 연주하고 싶은 곡을 연주해온 것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Q. 하루에 피아노에 앉아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A. 일주일에 두세 시간 정도, 많아야 대여섯 시간입니다. 한 번 연습한 곡을 잘 까먹지 않기도 하고 굳이 악보대로 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같은 곡을 연주하는데도 매번 새로운 느낌이 드는 것을 제 공연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큰 틀만을 익힌 채 악보에 구애받지 않고 매번 다르게 연주합니다.


Q. 어느 정도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죠?

A. 물론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한 곡 한 곡 악보대로 연습했습니다. 스티브 바라캇의 라는 곡이 마음에 들어 청음을 하고자 2주일 내내 그 곡만 듣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 들으면 굉장히 쉬운 키인데 말이죠. 사람에게는 학습 능력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부딪히다 보면 실력이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Q. 음악 이론 공부에 대한 계획은 없는 건가요?

A. 화성학을 따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저는 지금 작곡을 할 수 있고 레슨을 받는 학생들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클래식이 아닌 이상, 굳이 음악을 전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피아노 치는 이정환’ 씨는 평소에 연주와 토크를 병행하며 버스킹을 한다.


Q. 작곡을 할 때 주변 소재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들었어요.

A. 사실 주변 소재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을 하기 보다는 뜬금없이 떠오르는 멜로디에 어울리는 소재를 제목으로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창기에는 특정 소재를 정해두고 작곡을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작곡이 힘들었어요.


Q. 제일 좋아하는 곡은 무엇인가요?

A 제 자작곡 중 'Festival of the Black Cats'라는 곡을 가장 좋아합니다. 멜로디가 마음에 들기도 하고, 버스킹 현장에서 가장 반응이 좋습니다.


Q. 평소 음악 취향은 어떤가요?

A. 뉴에이지는 물론 게임 음악, 영화 음악, 클래식, 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합니다. 저는 보통 멜로디에 주안점을 둡니다. 그런데 힙합 음악처럼 리듬감 있는 음악도 좋아합니다. 힙합 음악은 피아노로 구현하기가 힘들어서 커버를 못할 뿐이죠. 과거에 장구를 치기도 했었는데, 요즘 와서 생각해 보면 제가 피아노를 때리는 것도 장구를 배웠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Q. 피아노를 때리는 주법이 굉장히 독특해요.

A.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은 이미 너무 많고, 그들을 테크닉으로 이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시는 의 멜로디도 사실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피아노를 때리는 주법은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탈바꿈하는 방법으로서 고안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정형으로부터 벗어난 반전이 튀어나올 때 매력을 느낍니다. 공대에 진학한 것도 나름의 큰 그림이었습니다. 덕분에 '피아노 치는 공대생'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죠.


‘피아노 치는 이정환’ 씨가 영화 <겨울왕국> OST 메들리를 연주하자,

익숙한 멜로디를 듣고 수많은 사람들이 삽시간에 몰려들었다.


Q 피아노 외의 취미가 있을까요?

A 게임을 좋아합니다. RPG 게임을 좋아해서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수영도 오래 했었습니다. 15년 정도 했는데, 버스킹을 할 때 체력의 원천이 됩니다. 

 하고 싶은 일을 10대에 찾아서 그 일을 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또래 중에서는 성공한 인생으로 평가 받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 종일 피아노만 붙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반드시 하나에만 집중하거나 매순간 열심히 살아야만 뜻 깊은 인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앞서 언급했던 게임, 수영 외에도 여행과 영어도 좋아합니다.

 앨범 발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2013년에 영어학원에서 조교로 일했었습니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하는, 하루에 15시간을 영어로 소통하는 환경에서 지냈습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데, 영어는 만국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 덕에 단시간에 영어 실력이 많이 늘기도 했습니다.


Q. 성공한 20대로서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20대에 모든 것을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0대에 준비를 하면, 3~40대에 경제적ㆍ사회적 여건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습니다. 물론 20대에 열심히 준비한다고 후에 반드시 전성기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차라리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행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에 비하면 투자되는 돈과 시간은 아무리 많다 해도 아깝지 않습니다.


Q. 앞으로의 행보가 어떻게 되나요?

A. 저의 행보는 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를 찾아주실 여러분들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저를 많이들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피아노 치는 이정환’ 씨가

 신촌 홍익문고 앞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


 '피아노 치는 이정환' 씨는 본인이 정석대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보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음에도 음악가로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을 '운' 덕분이라고 하셨는데요.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그에게는 하나에 몰두할 수 있는 집중력, 목표의식을 향한 끈기와 열정, 그리고 뚜렷한 주관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의지를 기반으로 묵묵히 해온 모든 것들은 그에게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른 나이에 성공한 사람의 흔한 조언으로 들릴지 모르나, 현 시대의 청년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그의 충고는 결코 가볍게 던지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스튜디오에서보다 무대에서 활력을 얻는 유형의 음악가이고, 음악 외에도 범위가 넓은 그의 경험들은 모두 작곡 및 연주의 원천이 되어주었습니다. 음악에 국한되지 않은 그의 열정이 신촌에서의 버스킹에서도 빛을 발했기에 수많은 행인들이 발길을 멈춰 섰는지도 모릅니다.


 쳇바퀴처럼 도는 도시에서의 삶이 지치고 힘이 드신가요? 가끔은 문화생활을 통해 활력을 충전하는 것도 좋습니다. 꼭 특별한 것을 해야만 의미 있는 경험이 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가보지 않았던 곳을 가보고, 평소와는 다른 음식을 먹는 것조차 숨이 탁 트이게 만드는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만큼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젊음의 거리 신촌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 운이 좋아 '피아노 치는 이정환' 씨의 버스킹 공연을 보게 되면, 당신의 지친 삶의 활력소가 되어줄 것입니다.


▶ ‘피아노 치는 이정환’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user/ImLlijah


 ‘피아노 치는 이정환’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pianoplayer.elij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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