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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시선으로 지금을 기록하는 - 등대사진관

By SeoulStoryMaster 20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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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높고 번쩍거리는 건물로 변해 가는 용산. 그 한 켠에, 낡은 철길을 지나는 기차가 마천루의 시간을 가로막는 동네가 있다. 그곳에 자리한 등대 사진관은 19세기의 시선으로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관이다. 


등대사진관서울특별시 용산구 이촌로29길 29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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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사진관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링컨 전 대통령의 초상 사진. 등대 사진관에서 찍는 사진은 이 모습을 역사에 남긴 ‘습판 사진’으로, 1851년 영국에서 발명되어 당대 크게 유행했던 사진 촬영 기술이다. 빛에 반응하는 액체 물질(감광유제)를 바른 철판에 상을 맺히게 하여 사진을 찍는 방식인데, 필름이 철판이라는 것이 신기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이렇게 철판에 남기기 때문에 보존은 수백 년 동안 가능하다. 심지어 19세기 근대의 발명품이다 보니, 보존기간이 500년인지 1,000년인지 그 한계조차 밝혀진 바가 없다. 영원히 보존 가능한 기록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철판을 필름으로 삼는다는 것 외에 또 다른 특이점은 빛을 받아들이는 정도(ISO)가 1로 매우 낮다는 것이다. (현대의 카메라 ISO 감도는 100~400) 이 때문에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인공적으로 강렬한 빛을 쏘여야 한다.

등대 사진관의 이창주&이규열 대표에게 수백 년 전 사진 기술을 되살려 찍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우리 둘 모두 매거진 사진 업계에서 20년 넘게 일을 한 사람들이에요. 그 업계에서는 예쁘게 찍히는 일뿐만 아니라 수정하는 일도 당연한 업무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일들이 인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자연스럽지 않고, 무엇보다 자기 모습이 아니잖아요. 거울로 매일 보는 자기 얼굴을 왜 인정하고 사랑하려 하지 않는 걸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컴퓨터 앞에서 수정 작업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은 제가 사진기를 처음 잡았을 때 그리던 모습이 아니었어요. 세월이 흘러도 가치 있는 사진에 대해 고민하다가 습판 사진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이 가지는 기록의 무게, 한 컷의 소중함이 약화된 시대에 맞닥뜨린 의문은 평생 업으로 사진을 연구해온 작가들로서 당연한 귀결이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2015년 문을 연 등대 사진관은 한민족 유사 이래 최초의 습판 사진관이다. 조선시대에조차 쇄국정책으로 인해 습판 사진관은 생겨난 적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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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판 사진의 매력 


 등대 사진관의 습판 사진을 받아 보면 피사체가 가진 아우라가 특히 두드러지는 기분이 든다. 피사체가 평소 가진 표정, 주름과 점까지 가감 없는 형태가 그대로 담기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 사람을 잘 표현하는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담으려 했던 극 사실주의 조선시대 초상화 같은 느낌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진정성 있는 묘사가 가능한 이유는 집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움직이거나 빛 조절에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최소 30분이 더 걸리게 됩니다. 집중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찍는 사람, 찍히는 사람 모두 1초를 위해 집중하는 에너지가 굉장히 큽니다.” 

불규칙성과 불완전성도 매력이다. “습판 사진은 어느 하나 똑 같은 사진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필름도 하나요, 찍는 순간도 한 번인데다, 유제가 남기는 지문과도 같은 자국 때문이죠. 때문에 사진이 나오기 전에 절실한 설렘을 안고 작업하게 됩니다. 의도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사진 작업에 비해 작가로서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지요. 볼완전성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에요. 손님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이 있습니다. 유독 얼룩이 심하게 나왔길래 다시 찍어 드리겠다고 했더니 ‘깨끗한 사진을 원했다면 이 곳에 오지도 않았다.’며 거절하시는 거에요. 이 사진의 가치와 특성을 온전히 이해해 주셔서 저희에게는 참 의미가 깊은 손님이었습니다.” 2010년 이래 세계 곳곳에서 습판 사진을 찍는 작가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 불규칙성과 불완전성을 모자란 것이라 말하는 21세기에 역설하는 자연스러움과 개성의 가치. 그것이 21세기에 부활한 이 19세기 사진의 인기 비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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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에 담은 도전정신


 이 땅에 전수된 일도 없는 19세기 사진을 재현하는 일은 그 자체로 거대한 도전이었다. 낡은 책에서 배운 지식은 수도 없는 실험으로 메워야 했고, 수십 년 전 이미 단종된 물품들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렇게 안정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기술 완성 후에도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몇 년간 두 작가는 습판 사진이 태어난 영국에서의 전시를 위해 습판 사진으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영국에서 시작한 기술에 한국의 미를 담아 본토에 선보이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얼마 전에는 동양 최고 사이즈인 24X36인치 초대형 습판 사진과 야외 풍경 촬영 또한 성공했다. 두 작업 모두 기술과 광량 등 까다로운 조건이 갖춰져야 성공할 수 있는 작업들이다. 

일반 사진관에서도 힘들어 하는 애견이나 아기를 찍는 정도의 일은 이제 예사다. “사진 찍을 의사가 없는 피사체와 작업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힘든 도전이죠. 여러 사람을 찍는 일도 힘들어요. 습판 사진기는 심도가 얕아서 앞뒤로 서면 아웃포커스 사진이 되기 쉽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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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날로그적인 매체에 담은 도전정신으로, 두 작가는 먼 미래 노신사 사진작가를 꿈꾼다. 낡은 사진기를 만지는 은발 작가들의 모습이 상상만 해 봐도 고풍스럽고 운치가 있다. 그들이 다루는 습판 사진처럼 말이다. 



:: 19세기 사진을 찍어 봅시다 : 취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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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주택을 개조한 사진관 안에 들어서면 낯설고 거대한 옛날 카메라가 들어선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공간에 서 있는 그 누구보다도 나이 많은 이 카메라에 걸맞게 공간의 분위기도 고풍스럽다. 장년층에게는 옛 향수를, 신세대에게는 호기심을 가져다 주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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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찍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철판에 콜로디온이라는 용액을 바르는 것이다. 철판을 필름으로 만드는 일의 시작이다. “습판 사진이라는 게, 필름부터 직접 만드는 작업이라고 이해하시면 돼요. 수공예 같은 느낌이죠.”


다음 과정은 콜로디온을 바른 철판을 은 용액에 담그는 일이다. ‘은’이라고 하길래 반짝반짝 밝게 빛나는 연회색의 액체를 상상했지만 실제로 받아 든 용액은 물과 다름이 없다. 은을 보여 달라고 하자 꺼내든 병 안에도 소금처럼 흰 결정들이 담겨 있을 뿐이다. “귀금속으로 사용되는 은은 아니고, 화학적인 ‘은의 일종’이에요. 하지만 은은 은이죠. 디지털 이전 아날로그 카메라는 모두 은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답니다. 습판사진 이전에는 철판 대신 은 판을 사용하기도 했었어요.”

 

은 용액까지 바른 철판은 이제 빛을 받으면 상이 찍히는 감광판이다. 감광판을 카메라로 가져가는 동안 앞 뒤로 가림판을 끼워 조심이 다루는 이유다. “습판 사진이 아무리 감도가 약하다지만 이제 이 철판은 감광판임을 잊으면 안 돼요. 빛을 받으면 필름 역할을 못 하게 돼 버리니까 빛을 잘 차단해서 가져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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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진기 안에 소중히 들고 온 감광판을 끼워 넣으면 사진 찍을 준비는 완료다. 사진기는 1900년대 초반 미국 뉴욕에서 만든 ‘코로나 뷰’ 카메라를 쓴다. 몸집이 소형 브라운관 TV 만한 사진기로, 나무 액자와 주름관을 연결한 듯한 모양새다. 그런데 대체 카메라는 왜 두 개인 것일까? “디지털 사진과는 달리 사진 크기가 고정이기 때문이에요. 하나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이미지를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철판(사진) 크기에 맞추는 것이지요. ” 등대 사진관에서 찍을 수 있는 사진 사이즈는 총 네 가지. 두 대의 카메라가 서로 다른 사이즈들을 찍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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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진을 찍을 차례! 피사체가 사진기 앞에서 포즈를 잡으면 초점을 잡은 후, 가림막을 빼는 동시에 조명을 터트린다. ‘펑!’ 천장에서 퍼지는 커다란 세 개 조명이 순간 사진관을 빛으로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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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는 현상이다. 빛을 가린 감광판을 소중히 들고 영화에서 보던 붉은 빛 암실에서 현상 작업이 진행된다. 현상을 하게 되면 실제 눈에 보이는 것과는 반대로, 검은 색과 흰 색이 반대로 찍힌 세상이 철판 위에 맺히게 된다. 

 

흑백이 바뀐 상을 다시 반전시키는 작업이 바로 ‘정착’이다. 약품 안에 넣어 살살 흔들면 신기하게도 물 속에서 서서히 내 모습이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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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업인 ‘코팅’은 몇 백 년 동안 보존되는 습판 사진의 힘이다. 천연 코팅제로 코팅한 철판은 찢어지거나 변색되지 않는 것은 물론, 물이 묻어도 녹슬지 않는다. 특별한 날을 맞은 손님들이 등대 사진관을 많이 찾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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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시간은 약 1시간이 걸렸다. 때에 따라서는 2시간도 걸린다 한다. 그 동안 손님과 작가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생각해 보면 디지털 사진관에서 나는 과연 주인과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있던가, 싶다. 입장부터 계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 스쳐 지나가기에 바빴던 것은 아닐까. 그에 비해 등대 사진관에 모인 이들은 단 한 컷을 찍는 동안 그 어떤 사진관에서보다 훨씬 많은 소통을 나누고 있었다. 모든 컷이 서로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등대 사진관 공식 블로그에 올라오는 사진마다 매번 손님의 스토리가 담기는 것 또한 그래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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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 철도 운행을 경고하는 ‘땡땡땡’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19세기의 시간에서 21세기의 시간으로 넘어가는 안내음이다. 오랜 만에 느껴본 느린 시간. 그 시간이 서울 한 켠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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