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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바람 불 때 생각나요, 영춘옥 / 종로 산책코스 >

By SeoulStoryMaster 2018-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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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11. 가을은 한 발 물러서고 겨울은 한 발 다가오는 이런 계절이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뭉근히 끓인 뽀얀 국물이 시린 속을 데워주는 곰탕이 바로 그 주인공. 오늘 소개할 곳은 오랜 시간 뜨끈한 국물로 사람들을 위로해온 노포(老鋪), ‘영춘옥이다.




영춘옥은 영화 접속의 배경이자 서울의 10대 극장으로 꼽히는 피키디리 극장의 옆 골목에서 70년 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네마다 영화관이 있는 지금과 달랐던 90년대, 누군가에겐 낭만의 장소 또 누군가에겐 일탈의 장소였던 종로 영화거리를 스쳤던 모든 역사를 영춘옥은 지켜봐왔다. 90년대 뿐 이겠는가. 해방 전 문을 열었던 영춘옥은 반세기가 넘는 서울의 역사를 함께했다. 그렇게 75, 오늘도 영춘옥은 그 문을 활짝 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24시간 운영하는 영춘옥은 언제나 사람으로 붐빈다. 주 고객층이 중·장년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입맛 좀 까다롭다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영춘옥은 반드시 가봐야 할 종로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내가 방문했던 날 역시 남녀노소, 심지어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방문해 온 가게가 떠들썩했다.

주요 메뉴는 꼬리곰탕과 해장국, 뼈다귀찜. 낮에는 따뜻한 국밥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밤에는 뼈다귀찜에 술 한잔 기울이는 손님들이 많다. 이날, 아침을 거른 데다 점심이 늦어진 나와 일행은 꼬리곰탕과 해장국을 주문했다.



 


직접 담그셨다는 겉절이와 무김치를 맛보며 음식을 기다리니, 사장님께서 반찬을 가져다주셨다. 시어머니에 이어 2대 째 영춘옥을 운영하고 계시다는 차정애 사장님은 영춘옥을 역사가 깊은 만큼 단골이 많은 식당이라고 소개했다. 짧게는 1, 길게는 10년을 넘게 방문하는 단골손님도 적지 않다고. 해방 전 영춘옥을 개업하셨던 시어머니를 추억하시는 사장님께 왜 하필 국밥집을 여셨을까요?’ 여쭤보니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팔릴만 하다 싶으시니까 국밥으로 하셨겠지?”

75년 전, 생계를 유지하기 국밥을 선택한 초대 사장님의 결정은 아주 정확했던 것 같다. 소박하지만 든든한 국밥 한 그릇은 오늘도 수많은 손님들의 부름을 받고 있으니. 나의 부름을 받은 꼬리곰탕도 곧 식탁 위를 찾아왔다.





푹 고아낸 꼬리곰탕과 곰탕국물을 바탕으로 한 해장국. ‘곰탕하면 떠오르는 뽀얀 국물이 아니라 놀랐지만, 구수한 냄새가 일품이었다. 꼬리곰탕에는 큼직한 꼬리뼈가, 해장국에는 두툼한 선지가 양껏 들어있다.





영춘옥의 대표메뉴인 꼬리곰탕은 오래된 역사만큼 그 비법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진한 육수와 우거지, 야들야들한 고기가 만나, 든든한 한 끼로 나무랄 데가 없었다. 갓 지은 밥과 함께 한술, 다음 한 술은 잘 발라낸 고기와 함께. 정신없이 한 그릇을 해치웠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해장국 역시 일품이었다. 보통 해장국은 고춧가루가 팍팍 들어간 빨간 국물을 떠올리게 되는데, 영춘옥의 해장국은 달랐다. 곰탕 육수를 바탕으로 한 삼삼한 국물이 속을 부드럽게 감싸는 듯 했다. 담백한 국물에 우거지와 콩나물, 두툼한 선지가 들어가 자극적이지 않은 맛으로 어우러진다. 후르륵- 콩나물과 선지를 한 입에 넣으니, 지난 밤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속이 개운해지는 기분이었다.



 

<영춘옥>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5가길 13

매일 00:00 ~ 24:00 (명절휴무)

대표메뉴 :

꼬리곰탕 20,000/ 곰탕 9.000

해장국 8.000/ 뼈다귀 32.000

 



오랜 시간 한 곳을 지킨 노포(老鋪)에서의 한 끼는 특별하다.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남은, 하지만 시간이 멈춘듯한 작은 공간. 이곳과 함께 세월을 보낸 단골들은 한 장의 역사가 된 지난날을 추억하고, 새로운 얼굴들은 스며있는 세월을 느껴본다. 70년간 이 곳에 존재한 이유를 증명이라도 하듯, 영춘옥은 오늘도 밤낮없이 문을 활짝 열고 뜨끈한 국물로 손님들의 마음을 데우고 있다.

 


<영춘옥과 함께 둘러보세요>


 

든든하게 식사를 마친 뒤,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종로 산책코스를 소개하려 한다. 색다른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돈화문길와 종묘 돌담을 따라 뻗어 있는 서순라길로 이어지는 코스는 가을이 끝나기 전 반드시 방문하길 추천할 만큼, 가을과 가장 어울리는 곳이다.



돈화문길




종로 3가역을 관통하는 돈화문길은 높이 솟은 가로수가 아픔다운 곳이다. 최근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떠오르며 북적이는 익선동과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한적해, 조용히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나무공예소와 수정 상점, 크레이프 가게 등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이어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돈화문길을 따라 걷다보면 돈화문 국악당이 등장한다. 창덕궁 일대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서울시가 매입하여 국악전문 공연장으로 조성한 곳으로, 야외공연을 위한 국악마당은 단정하고 아름답다. 119일까지 ‘2018 국악로 투어콘서트를 진행하고 있어, 미리 공연시간을 확인해 방문한다면 아름다운 우리음악을 즐길 수 있다(공연료-성인 5천원, 청소년 1천원).



서순라길



돈화문 국악당을 기점으로, 종묘 돌담을 따라 이어지는 서순라길은 돈화문길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산책로다. 돌담길 위로 드리운 가로수 잎사귀와 드문드문 스며드는 햇빛이 아름다운 곳이다. 나무가 앙상해지는 겨울이 오기 전, 꼭 방문해보시길 추천한다.





서순라길을 걷는 또 다른 재미는, 족히 20년은 넘어 보이는 오래된 가게들과 새롭게 문을 연 따뜻한 감성의 가게들이 어울려 만들어진 독특한 풍경이다. 이미 몇 몇 카페와, 빈티지숍 등은 입소문을 타고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세운상가



산책로의 마지막 코스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세운상가. 정확히는 세운상가의 옥상이다. 한때 종로의 중심지였으나 쇠락을 길을 걸었던 세운상가는 몇 해 전 새단장을 마쳤다. 세운상가의 회생 프로젝트는 아직 진행 중인데, 그 중 사람들의 애정을 받고 있는 공간은 옥상이다. 휴게공간이자 전망대인 세운상가의 옥상은 종로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색다른 곳이다.





 

날씨만 허락한다면 종로의 곳곳을 선명하게 눈에 담을 수 있다. 삐쭉 솟아있는 남산타워를 구경하는 것은 덤 아닌 덤. 세운상가에서 전망을 내려다보며 마무리하는 종로 나들이는 평일, 주말 언제든 추천하고 싶은 산책코스다.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날 활기가 필요할 때, 종로에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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