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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오래가게] 국수 인생 30년, 달인 경지에 오른 쫄깃한 면발

By SeoulStoryMaster 20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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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하게 삶은 소면에 멸치로 진하게 우려낸 뜨끈한 육수를 부어 양념 간장 뿌려

호로록 먹는 국수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 진다.


Since1988. 햇살 건조한 수제 국수

 

서울 금천구 시흥동 골목길 한켠에 자리 잡은 평택 쌀상회.

가게 앞에는 기다란 국수 면발이 햇살 아래 줄맞춰 도열해있다.


 


이 집 주인장 이기석, 신명자 씨는 국수에 부부의 인생을 담았다.

"1988년부터 장사를 시작했으니까 30년이 훌쩍 넘었네요. 

처음에는 쌀도 함께 팔았는데 국수를 찾는 이가 훨씬 많아서 국수만 뽑아요."


 


가게 안은 30년 세월의 흔적이 오롯이 배어있다.

주인장과 한 몸이 되어 매일 제 할 일 하는 오래된 국수를 뽑는 기계, 기다란 국수 면발 자르는 칼, 

국수를 담는 나무 궤짝 등 가게 안은 '국수 생활사박물관' 그 자체다.


 



국수 반죽에 숨어있는 비밀 레시피는?


30년 넘도록 우직하게 한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국수 맛 때문이다.


"면발이 쫄깃쫄깃해요. 밀가루 좋은 거 쓰고 반죽부터, 건조까지 손이 많이 가지요."

이기석씨(67세)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단계별 작업 공정마다 그만의 룰과 레시피가 있다.


"밀가루 반죽은 비 내리는 날, 햇볕이 쨍한 날, 여름과 겨울 등 날씨와 계절에 따라 물 온도, 소금 염도를 다르게 맞춰야 해요.

가령 겨울에는 미지근한 물로 여름에는 얼음물로 반죽하고 염도는 13~16도 사이" 이 씨가 귀띔한다.



반죽에 사용하는 소금물은 하룻밤 재워 불순물 가라앉힌 후 염도를 정확히 재서 사용한다.


"면을 삶아 찬물에 헹군 후 맛보았을 때 간이 딱 맞는 정도에 염도를 맞춰야 해요."


쫄깃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여러 번 겹치는 과정을 반복한다.

국수틀에서 갓 뽑아 낸 면발을 부부는 갓난아기처럼 조심스럽게 다뤄 햇볕에 말린다.


"첫날은 애벌 말리기 한 후 총 3일 동안 바싹 말리지요. 반죽의 손맛과 햇살 건조가 우리 집 국수 맛의 비결이에요.

공장에서 열풍 건조해 대량 생산한 국수에서는 맛보기 힘든 식감이지요."


국수 포장도 모두 수작업이다. 빳빳하게 마른 건면을 칼로 정확히 자른 다음 저울에 무게를 달아 개별 포장한다. 

5천 원짜리 국수 한 묶음 만들기까지 부부가 들이는 공력은 상당하다. 


 


밀가루로 뽑은 국수 외에 보리국수, 쑥국수, 백년초국수, 호박국수, 쌀국수, 메밀까지 7종류를 선보인다.


"가장 많이 나가는 건 일반국수지만 당뇨병 같은 지병이 있어 밀가루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 분들은

보리나 쌀국수를 선호해요.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초록, 노랑, 분홍 색깔 고운 오색국수를 찾지요."


매달 뽑아내는 국수 양은 밀가루 20kg짜리 1백 포대다.

노부부에게는 만만치 않은 양이라 일요일만 빼고 매일매일 국수 틀 앞에 선다.


 


오랜 단골 손님과 쌓아온 인연이 고단한 국수 뽑는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다.


"이사 간 후에도 '이 집 국수 아니면 못 먹어'라고 찾아오는 단골들 때문에 힘에 부쳐도 그만둘 수가 없어요" 라고

주인장 부부는 말한다. 평택쌀상회가 서울시 오래가게로 선정돼 입소문 나고 부터는 

지방에서도 주문이 부쩍 늘었다며 싱긋 웃는다.


국수 만드는 수고로운 전 과정을 내 눈으로 보기 때문일까?

노부부의 정직하고 우직한 손맛이 배어있는 국수를 맛나게 귀하게 호로록 남김없이 먹었다.

역시 탱글탱글한 면발은 최고였다.





글, 사진 / 2019 서울스토리텔링단 오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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