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HOME > 스토리 피드

서울둘레길 걷기 첫째 날(광나루역~고덕역)

By Goldmuntj 2015-03-02
9358

 

지난 해 북한산둘레길 완주에 이어서 올해 걷기로 한 서울둘레길 첫날이
다.  


서울에는 산, 강, 하천, 성곽 등을 중심으로 걷는 길이 많다. 서울둘레길과 북한산둘레길 외에도 한양도성길, 근교산 자락길, 생태문화길, 한강지천길 등 지역 환경 특성에 맞는 길이 개발되어 있다. 이 길들을 일컬어 서울두드림길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서울둘레길은 총길이가 157km로 모두 8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한 구간 평균 20km이지만 28개 소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우리는 난이도와 계절 풍경을 고려하여 3코스를 첫 출발지로 정했다.  시내 구간이 많은 3코스는 '고덕.일자산' 코스로 광나루역에서 출발하여 한강, 고덕산, 일자산, 성내천, 문정근린공원, 탄천을 경유하여 수서역까지 이어지는 총 26.1km 거리의 초급 코스이다. 이 구간은 다시 3-1(광나루역~고덕역), 3-2(고덕역~방이동 생태경관보전지역), 3-3(방이동 생태경관보전지역~수서역) 등세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오늘은 이 가운데 3-1구간 10km만 걸었다.



광나루역에서 아침 아홉시 반에 만나기로 한 일행 다섯 명 모두 제 시간에 도착했다. 지난 해에는 시간에 늦거나 빠지는 사람이 더러 있었지만, 올해는 모두 의욕이 대단하다. 첫 출발 느낌이 좋다. 더욱이 올해는 1km를 걸을 때 마다 일정 금액을 적립하여 연말에 성금으로 내기로 하였다. 
3월을 코 앞에 둔 2월 28일 날씨는 흐렸으나, 바람도 없고, 장갑을 끼지 않아도 좋을 만큼 포근하다. 걷기에 부담없는 날씨였다. 

광나루역에서 길을 건너 천호대교 북단을 뒤로 하고 동쪽으로 500미터쯤  걸어가면 광진교가 나온다. 광진교를 건너기 전 오른 편에는 광진구 청소년수련관과 체육시설이 현대식 건물로 들어서 있다. 규모가 대단히 크다. 저런 시설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 될까 하고 늘 삐딱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청사나 관련 시설에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지자체 장의 업적을 삼으려는 것인지, 지나치게 크고 화려하다. 성남시 청사나 용산구 청사 등이 한때 여론의 비난을 받았는데, 비단 그곳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광진교 초입에 우체통 형태의 빨간 스탬프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에서 배포하는 포켓용 스탬프북에는 28개 소구간 별로 스탬프를 찍도록 칸이 나뉘어 있다. 구간을 완주하고 스탬프를 다 찍어서 가져가면 서울시에서 인증서를 준다고 한다.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국내 처음으로 인간 중심 교량으로 건설했다는 광진교를 건넜다. 
다리는 말 그대로 보행자 전용 인도와 발코니형 전망대, 한강 둔치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가 있다. 다리 곳곳에 벤치도 설치되어 있는데, 앉으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피아노 건반처럼 생긴 뮤직벤치도 있다. 특히 교량 난간 밖으로 살짝 튀어나온 발코니형 전망대가 인상적이다. 좌우로 세 개씩 모두 여섯 개의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전망대는 길이 12.45미터, 폭 3미터의 반(半) 타원형이고, 난간은 1.1미터 높이의 특수강화유리로 이루어져 있다. 전망대 난간 쪽이 교량쪽 보다 50센티미터 정도 낮고 바닥엔 나무를 깔아서 친근한 느낌이 든다. 




광진교가 있는 이 지역은 아차산성을 요충지로 삼아 백제, 고구려,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곳이고, 조선 시대에는 충주와 동해로 오가는 물류의 요충지였던 광나루가 있던 곳이다한강에 두 번째로 세워진 광진교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 공사에 착수해, 1936년에 준공됐다. 1973년에는 버스가 추락하여 17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를 겪으면서 안전문제가 불거졌다. 다리는 94년에 가서야 철거되고 1997년부터 새로 건설하기 시작해서 2003년에 4차선 도로로 확장 개통되었다. 2008년에는 4차로를 2차로로 줄여 지금의 보행자 중심 도로로 거듭났다. 

한강 다리 위에서 이른 아침에 술 한 잔 마셔본 적이 있는가. 
아마 제대로 술판을 벌였다간 당장 경범죄로 처벌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따뜻한 정종으로 몸을 뎁히는 정도라면 눈 감아 줄 수 있으리라. 뮤직벤치에 둘러서서 잔을 나누는 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끔거렸다. 다리를 지나 다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둘레길 걷는 듯한 아저씨 한 분이 지나갔고, 중년 여성들 역시 배낭을 메고 무리지어 다리 남쪽으로 갔다. 다리 북쪽을 향해 노부부가 걸어 왔고, 자전가를 탄 젊은이들이 몇몇 교차해 지나갔다. 멀리 한강 서쪽 너머로 말도 많고 탓도 많은 잠실 제2롯데 월드가 우뚝하니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바벨탑을 쌓는 인간의 무모한 욕망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씁쓸했다. 다리 밑을 흐르는 강물은 맑았지만, 왠지 냉혹한 느낌이 올라와서 얼른 고개를 돌렸다. 시절의 우울함 때문인지, 도시의 쓸쓸함 때문인지, 서울 하늘과 땅은 다 잿빛이다.     

다리를 건너서 한강 둔치를 따라 강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만에 흙길을 밟아 본다. 조금 걸어 올라가니 둔치에  '암사동 생태경관보전지역'이 나온다. 갈대가 우거지고, 한강 둔치에서 예외적으로 몹집이 굵은 나무들도 꽤 많이 들어서 있었다. 갈색이 녹색으로 변하는 계절이 오면 수많은 야색 동식물이 다시 활발하게 생명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한강은 런던 템즈강이나 파리 센강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뛰어난 조건을 갖고 있는데, 개발 논리에 이끌려서 시멘트 구조물로 포장되어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나무를 더 많이 심고, 이런 생태 환경을 늘리고, 자연 그대로의 강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도, 전국의 모든 강을 파헤치고, 물길을 막고, 시멘트를 들이붓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한강 둔치길을 벗어나서 둘레길은 암사동 선사유적지를 지나간다. 이곳은 약6천 년 전 신석기 시대의 집단 주거지역으로, 복원된 움집과 전시관, 체험마을 등이 있다. 들어가는 문 앞에 어린 학생들이 선생님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서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우리는 들어가지는 않고 담 넘어로 목을 쑥 빼고 넘겨다 보았다. 우리 같은 어른들에게는 아득한 옛날의 단순한 흔적으로 다가올 뿐, 모형은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한다.

유적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 서원마을로 접어들었다. 집집마다 빨간 우체통이 서있는 아담한 단독주택 사잇길을 지나간다. 집들은 이웃에 대해 개방적이다. 허리에도 못 미치는 울타리가 있지만 담장으로써 기능보다 그저 형식적인 미적 조형물에 지나지 않는다. 완전히 폐쇄된 공간의 아파트와는 확연히 대조된다. 어느 집이고 마당에서 삼겹살을 굽는 날은 이웃이 다 모이는 날이 아닐까 싶다. 알고보니 역시 이 마을은 2010년 '휴먼타운'으로 지정되어, 주거 환경 개선이 이루어진 곳이었다. 뉴타운식 재개발이 아닌 주민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는데, 처음 우려와 달리 지금은 본래 취지 대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서원마을과 대조적으로 암사정수장 건너편으로 암사에서 고덕으로 이어지는 곳은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지금도 한창 도로 확장과 아파트 신축 공사를 하고 있었다. 둘레길은 이곳을 통과해야 하므로 그저 매연을 마시며 걸을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오늘 코스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다다랐다. 해발 108미터의 고덕산은 산이라기보다 마을 뒷동산에 가까웠다. 주변에 배드민턴장, 족구장, 인조 나무로 된 산책로가 있는 작은 마을 공원이었다. 요즈음은 집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어느 곳이든 건강 관리하는 어른들을 흔히 볼 수 있어서, 건강 백세가 멀지 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산을 내려가니 바로 고덕역이었다. 10km를 걷는데 약2시간 걸렸다. 나중에 뒤풀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둘레길은 둘레둘레 보면서 천천히 걷는 길이니, 다음부터는 걷는 속도를 좀 더 늦추자고 의견을 모았다. 

둘레길을 걷는 묘미 가운데 하나는 서울의 곳곳을 다녀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특히 이번 코스는 일부러라도 오기 힘든 강동지역 곳곳을 밟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지만 유적이 많고, 자연 녹지가 많았던 강동지역이 그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아파트 숲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서원마을 같은 좋은 참살이 모델이 더 많이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