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HOME > 스토리 피드

[칼럼] 뮤지션을 위한 축제 <잔다리 페스타>

By SeoulStoryMaster 2017-10-27
2932


영등포에서 지역 문화장터를 기획한 적이 있었다. 기획자는 콘셉트를 구현하는 사람인데 ‘지역 문화장터’는 참 곤란한 이름이었다. 이 단어는 ‘지역’과 ‘문화’와 ‘장터’가 결합한 것인데 우선 ‘지역’이라는 말부터 해석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영등포란 ‘지역’은 지나치게 넓으며 그 안에서 어떤 ‘공통적인 지역성’을 찾아낼 수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월 1회 정도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작은 축제를 정성스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문화장터는 드물었는데 알록달록한 수공예품과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벼룩시장, 먹거리 시장, 공연과 문화체험 워크숍이 세련된 공간 디자인과 어우러져 펼쳐졌다. 다행히 주민들은 작은 마을축제를 좋아해 주었다. 한 해가 마무리될 무렵 신기한 장면이 펼쳐졌는데 그것은 지역주민들이 축제를 기반으로 마을을 다시 형성하는 것이었다. 어떤 이들은 수공예품 제작을 배우고 어떤 이들은 축제에서 판매할 먹거리를 만드는 등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있었다. 지역성과 전혀 관계없이 시작한 축제에서 오히려 새로운 지역성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은 압축 성장을 겪은 지난 50년 동안 생활문화가 송두리째 바뀌거나 사라졌다. 축제를 예로 들면 30년 이상 연속성이 있는 전통축제를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축제 기획자들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대상으로 낯선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비단 ‘축제’에 국한된 이야기만이 아니다. 전통은 단절되었고 짧은 기간 동안 서구화된 대중문화가 우리 주위를 둘러쌌다. 겉으로 보면 그럴듯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의 생활문화는 척박한 편이다. 필자가 만난 소위 ‘내공’있는 문화기획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겪는 ‘문화적 결핍’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석해 대안을 도출해내는 사람들이었다. ‘문화’에 대한 해석은 그 사람을 둘러싼 생활세계에서 각기 다르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자들은 자신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는 전통이 사라진 현재 한국 사회에 새로운 문화적 전통을 만들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잔다리 페스타>의 공윤영 대표의 ‘문화기획’에 대한 관점은 흥미로웠다. 그는 90년대에 ‘강아지문화예술’이란 인디레이블에서 비주류 음악이나 다원예술 등을 기획했다.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힘든 장르였는데 어차피 망한다면 ‘글로벌로 망하자’는 신념으로 국내 인디밴드를 해외에 소개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후 국내 뮤지션들을 해외에 소개하는 DSFB라는 기획사 운영에 참여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잔다리 페스타> 도 이런 맥락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잔다리페스타 공윤영 대표


<잔다리 페스타>는 홍대의 옛 지명 ‘잔다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잔다리는 ‘작은 다리’를 뜻하는데 그 이름과 같이 뮤지션과 음악관계자 그리고 관객에게 다리를 놓겠다는 의지로 만들어진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다. 2017년 마지막으로 펼쳐진 축제에는 홍대의 크고 작은 라이브 클럽에서 140여 개의 밴드가 참여하였는데 이 중 외국 밴드가 60개다. 초기에 비해 외국 밴드 참여가 늘어나니 이제는 아시아나 국가 단위로 묶어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가능해졌다. 글로벌 인디밴드 페스티벌로써 내실을 단단히 다져가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공윤영 대표가 잔다리 페스타를 시작한 계기였다.


“록페스티벌이 있는 시기에 인디밴드를 만나면 기분이 좋지 않아요. 이유를 물어봤더니 록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밴드는 정해져 있다는 거예요. 90% 이상의 밴드들은 오히려 클럽에 올 사람들이 사라져서 한가해지는 거죠. 그러니 기분이 좋을 수가 있나요. 밴드들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그럼 우리 스스로 재미있는 페스티벌을 하자고요. 잔다리 페스타는 그렇게 시작했어요.” 



이 페스티발은 록페스티벌 때문에 오히려 소외된 뮤지션들의 만족을 위해 시작되었다. 창작자들이 즐거운 페스티발. 그러니까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이 아니라 축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즐거운 페스티벌이라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다. 운영 면에서 잔다리 페스타는 ‘쇼케이스 페스티벌’이란 특징이 있는데 이는 기획자가 라인업을 짜고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이 아니다. 홍대에 펼쳐진 크고 작은 공연장에 1~200개의 밴드가 자율적으로 동시다발로 참여해 자신들 만의 공연을 펼친다. 뮤지션들은 이 무대를 온전히 자신의 무대로 여기기 때문에  그때의 충족감은 ‘라이브’에서 매력적인 에너지로 드러나게 된다.



“서비스에 충실한 공연이나 값비싼 연출과 장비로 기술적 디테일을 중시한 공연을 원한다면  그에 맞는 비용을 내고 해당 공연을 찾아가면 됩니다. 그런 공연을 찾는 분은 잔다리 페스타에 오면 안 되죠. 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은 무대를 자신의 것으로 여깁니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굉장해요. 아티스트의 메이크업이나 눈썹 떨리는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라이브로 교감을 하는 거죠. 이 라이브가 잔다리 페스타의 힘입니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문화는 바로 이 ‘라이브’ 공연인 거죠.”


잘 만든 문화기획은 삶의 깊은 곳에서 느끼는 결핍을 건드린다. 잔다리 페스타가 제시하는 것은 일상에서 만나기 힘든 ‘라이브 공연’에 대한 감각이었다. 이것이 공윤영 대표가 발견한 문화적 결핍이었고 잔다리 페스타는 ‘창작자’의 즐거움에 포커스를 두면서 라이브 무대의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해냈다. 이제는 조금 더 다양한 국가와 지역의 뮤지션들이 참여하면서 감각의 다양성을 진화시켜나가고 있다. 이것이 잔다리 페스타가 만들어가고 있는 문화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렇게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더하는 문화들이 생성되고 있다. 이 같은 문화기획들이 10년, 20년이 지난 후 우리의 새로운 전통이 되리라 믿는다. 



칼럼 작가 원철


사회적 경제와 문화예술 영역을 오가며 부지런히 뭔가를 작당하는 기획자. 


<문화장터를 여는 청년기획자들> 를 저술했다.



  • 이전글
  • 다음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