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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뜨끈하게 데우고 싶을 때, ‘진주집’

By SeoulStoryMaster 2018-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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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을 나서는 계단에서부터 물건들이 눈에 보인다. 거리에는 상인들이 보이고,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은 장기를 두고 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보이는 이곳은, 남대문 시장이다. 옷을 파는 가게, 음식을 파는 가게, 세상의 온갖 것들이 길거리에 나와 있는 듯하다. 지도 어플을 보면서 발걸음을 옮기니, 갈치 골목 사이로 진주집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할머니 집에 놀러 가면 있을 것 같은 식탁들이 보인다. 벽면에는 진주집의 간판과 함께 그동안 진주집을 다녀간 곳곳의 방송사며, 신문 기사의 흔적들이 한 눈에 보인다. 식당 이모님이 몇 분이세요?” 하며 마음 편히 맞이해주신다. 일부러 저녁 먹기 전 한가한 시간에 찾아가서 그런지 식당 안에는 아직 손님들이 없었다





진주집의 대표 메뉴라고 하는 꼬리곰탕을 주문하고, 잠깐 식당 안을 둘러본다. 오래 전 신문 기사들을 통해 진주집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진주집은 1950년 지금 이 자리에 처음 세워졌다고 한다. 처음 진주에서 오신 권숙주 할머니께서 처음 이 자리에서 장사를 시작하셨다가, 먼 친척뻘인 하미숙 사장님에 이어서 현재는 아드님이 진주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니, 이미 한 상이 차려져 있다. 꼬리곰탕과 밥, 김치와 깍두기, 부추양념. 화려하지 않지만 보자마자 마음이 뜨끈해진다. 밥을 한 술 뜨고, 꼬리뼈에 붙은 고기를 한 점 베어 물고, 깍두기까지 한 입 하면, ‘하아.’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소리가 밖으로도 나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이가 지긋하신 한 분이 들어온다. ‘꼬리곰탕과 소주 한 병.’ 그리고 다시 또 들어오는 한 분. 역시나 꼬리곰탕’. 뒤에 앉아계신 이 분은 꼬리곰탕을 한 입 하실 때마다 뜨겁고 깊은 숨을 내쉰다. 서로 마주 앉아있지는 않았지만, 꼬리곰탕이 주는 뜨끈함이 그렇게 서로에게 전해진다. 내가 먹고 있는 음식에만 집중해서 밥을 먹다 보니, 어느덧 밥 한 공기가 뚝딱 비워졌다. 공깃밥을 추가하려고 하자, 선뜻 그냥 밥을 내어주신다. 원래는 소면을 주시는데, 밥이 더 먹고 싶다 하니 밥 한 공기를 더 주셨다. 더해진 밥 한 공기와 함께, 깍두기도 한 번 더 부탁드렸다. 다 먹고 나자 고향집에서 밥을 먹은 것 같은, 기분 좋은 든든함이 있었다





자리를 일어나 때 즈음 되자, 일을 마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서 들어오기 시작한다. 24시간 진주집의 저녁은 이제 곧 시작이 된다. 퇴근길 직장인들의 속을 한 번 더 데워주고, 늦은 밤, 새벽녘까지 시장에 계신 분들의 속까지 데워줄 것이다. 그리고서는 다음 날에 있을 우리의 뜨끈한 한 끼를 위해 또 한 번 더 고기가 삶아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진주집의 하루는 남대문 시장에서 계속 흘러갈 것이다.

 




밥 잘 드셨냐는 주인아주머니께 맛있었다고 하자, 다음에는 3000원 더 비싸지만 양이 훨씬 더 많은 꼬리토막도 잡숴보시라는 말씀을 하신다. 궁금하다, 꼬리토막의 뜨끈함도. 날이 더 추워지고 속이 차갑게 식어 뜨끈하게 데워주고 싶을 때, ‘진주집이 정말로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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