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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혼 있는 삶을 꿈꾸는 서울 청년 도전기

By SeoulStoryMaster 201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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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이란 단어는 다른 느낌이다. ‘88만원 세대’는 이미 오래된 말이 되었다. ‘3포 세대’를 넘어 ‘달관 세대’로 통한다. 연애, 결혼, 출산, 내집 마련, 인간관계, 취업과 희망마저 포기한 세대를 통틀어 ‘NEET족’(Not currently engaged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라고 한다. 점점 백수, 잉여, 포기 등의 단어와 가까워진다.  언론에 비춰지는 청년의 모습이다. 부정하고 싶지만 현실이다. 안타깝다


필자가 바라보는 청년들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필자는 '함께일하는재단'에서 일한다. 주로 사회적 경제를 담당하며 청년 창업가들을 육성하는 사업에 참여 하고 있다. 함께일하는재단에서는 매년 30개 팀의 청년창업가가 창업을 시작한다. 2009년부터 시작한 청년 사업적 기업가 육성사업은 벌써 217개 팀이 배출되었다. 그중에는  ‘공신’, ‘터치 포 굿’, ‘트리플 리넷’, ‘빅 워크’, ‘열정대학’, 등 알만한 청년 사업가가 많다. 그러나 오늘은 2017년 막 태어나는 팀들을 소개하고 싶다. 이제 시작하는 사회적 기업가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영혼이 아름다운 청년들이기 때문이다. 



#사진 1 . 함께일하는재단 소셜벤처 7기 사진, 2017년 2월 3대 1의 경쟁률을 통해 선발된 7기 창업팀


‘백지장’은 동아리 모임에서 시작했던 활동을 사업으로 연결한 청년들이다. 건물의 유휴공간을 임대해 공간을 대여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백지장처럼 비어있는 공간 그대로 대여하는 사업으로 차별화를 시도해보겠다는 야심찬 의미도 갖고 있다,


# 백지장 팀 사진(오른쪽부터 백지장 대표 김차근, 신효태, 김동욱)


이 팀은 부동산에서도 손사래 칠 정도로 낡은 공간을 저렴하게 임대한다. 백지장의 첫 공간은 대림역 근처 팀원의 할아버지 건물 지하에서 시작되었다. 시간이 멈춘 듯 오랜 시간동안 버려졌던 공간이었는데 20만원도 안 되는 월세만 내면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간 대여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업은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3개의 공간으로 늘어났다. 문래동, 대림동, 신도림에 있는 백지장의 공간은 다양한 청년들이 이용하지만 특히 ‘덕후’들의 애정어린 ‘공간’이  되어간다. 10대 후반부터 30대까지 그들만의 모임방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8월까지 242개의 모임과 2503명의 사람들이 ‘백지장’의 공간을 이용했다. 이들의 공간에는 단지 앉을 의자와 조명과 프로젝트만 있으면 된다. 나머지는 흰 종이에 그림을 그리듯 게스트가 그려나가야 한다. 아침 9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인원 무관, 내용 무관 값은 5만5천원이다. 서울 안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작은 영화제와 밴드 모임, 동아리 파티가 열린다. 비어 있는 벽, 방해 없는 환경, 직접 조절하는 조명만 있는 이곳은 모두에게 열려있다. 비어 있는 공간이다. 빈 공간에 무엇이 담기느냐에 따라 그 모습은 달라진다. ‘빈틈(空間)’이 관계로 이어질 때 ‘사람 사이(人間)’의 공간이 된다. 


백지장에서 운영하는 대림역 ‘지하창고’와 문래동 창작촌에 위치한 ‘조명그룹’ 

(사진출처 http://blankpapers.org/ )


또 다른 창업팀인 ‘지민랩’은 아트토이를 만드는 창업팀이다. 아트토이란 피규어를 만드는 작업이다. 쉽게 말하면 플라스틱 인형이다. 일반 장난감과는 달리 예술적인 가치나 사회적 의미 또는 자신의 생각을 장난감에 담은 것을 '아트토이'라 한다. 요즘은 성인들도 취미나 수집용으로 ‘아트토이’를 모으는 사람이 꽤 있는 편이다. 

지민랩의 아트토이는 발달장애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처음에는 로드킬을 주제로 아트토이를 제작했지만 지금은 장애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표현한 아트토이가 ‘지미’이다. 


#지민랩의 지미 

(사진출처 : 지민랩 인스타그램 http://www.imgrum.org/user/jimminlab/1556182241)


대표의 이름은 임지민. 대표의 이름을 따서 ‘지민랩’이라 팀이름을 지었다. 처음에는 발달장애인 인식개선의 방법으로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지금은 장애인의 스토리를 담은 캐릭터 개발과 콘텐츠 생산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사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동생이 계기가 되었다. 동생이 발달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동생은 글씨를 써주는 작업으로 디자인에 함께 참여한다. 현재까지 5종의 아트토이가 개발되었고 2번에 걸친 아트토이 페어에 참가하며 작품 전시회, 동화책 출판 제의도 받았다. 함께 만든 스티커, 엽서 등이 판매가 좋았다. 휴대폰 케이스나 봉제인형으로 제품을 확대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지민랩은 ‘아트토이’를 통해 세상과 대화하고자 한다. 발달장애인의 스토리를 담아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목표이다. 


임지민 대표가 작업하고 있는 모습


소개한 백지장과 지민랩을 소셜 벤처(Social Venture)라고 말한다. 벤처기업이 창조적 재능, 기업가 정신을 살려 기술 기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것이라면 소셜 벤처 기업은 같은 의미이지만 새로운 사회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은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흔한 말로 사회적 기업가로 대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청년들이 백지장과 지민랩과 같은 사회적 기업가가 될 수 있고 또 되었으면 한다. 사회적 기업가는 이기적인 시장에서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 나갈 사람이다. 사회의 문제점을 보고, 이것을 바꿀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대가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의 시작은 당연히 자신의 주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다. 간단한 것이라도 좋다. 신호등을 건너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좋고, 맛있는 것을 쉽게 먹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좋다. 이런게 거창하게 느껴진다면 동생이나 형 누나, 어머니 아버지를 한 번 보자.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무엇을 두려워 하는지. 간단한 바늘에 실을 꿰는 도구도 좋고 밥풀이 묻은 그릇을 쉽게 설거지 하는 방법도 좋다. 이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은 불편을 생각하는 것이다.



박병혁 : 15년간 사회적경제영역에서 일했다. 지금은 함께일하는재단 사회적경제 팀을 총괄하고 있으며 청년사회적기업 육성사업과 사회적금융, 사회주택 등에 대해 연구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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