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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사람 사는 재미가 있는 곳!

By 이야기자료실 201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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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서측 마을)은 오래된 시간만큼, 그 시간을 견뎌낸 공간만큼, 자연스럽게 마을공동체가 형성됐다. 그것, ‘신뢰’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물론 그것을 위해 온갖 애를 쓰면서 재미를 느낀 사람들도 있다. 마을공동체 품애다. 품애의 활동이 서촌을 변화시키고 있다. 품애 형성 이전부터 사람들이 마을 일을 꾸준히 해 온 덕분이다. 서울교회의 야학이 그 시발점이었다. 해방 이후 지어진 서울교회는 판자촌을 대상으로 야학을 진행했고,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과 만났다. 그들이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마을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러 방안을 고민하다가 나온 것 중의 하나가 샘맑은 공부방이었다.


교회 공간도 마을을 위해 개방했다. 2005년, 몇몇 사람이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굳이 대학로나 극장을 가지 않더라도 마을에서 해결하도록 해보자! 조명도 달고, 방송장비도 설치하고, 무대도 만들었다. 매주말, 무료로 영화 상영을 했고, 3개월 동안 뮤지컬 공연도 했다. 교회에서 그런 행사를 하기 때문에 발길이 부담스러운 주민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을 골목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리고 작정을 했다고 한다. 마을공동체, 우리가 해보자. 2009년이었다. 



마을에서 지지고 볶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필요한 것을 찾아보고, 그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할까, 고민하고 움직였다. 네트워크를 만들고, 말을 섞고 몸을 움직였다. 흥미로운 건, 특정인물에 의해 주도하고 좌우되는 조직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공동체 구성원 하나하나의 상상력과 바람, 헌신과 노력이 만든 공동의 합작품'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듯하다.   


돌아다니다 보니, 각종 공방도 서촌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이들 공방의 네트워크가 마을에서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 품애의 대표와 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는 변민숙?배인용 부부가 골목어귀에 차린 비누공방이 눈에 띤다. 천연화장품, 양초공예 등을 품은 마을사랑방이다. 공방을 열자 할머니들이 매일 찾아와선 “아직 안 굶어죽었어?”라는 걱정(?)도 해줬다고 한다. 다행히 굶어죽지 않고 마을에 뿌리를 내린 덕에 ‘마을 공방 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도 실행했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나누고 각자를 알아갔다.


“마을에서 하고 싶은 것이 굉장히 많아졌고, 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가게를 찾아다니고 카페나 작업실에 들러 인사하고, 공방이 닫혀있으면 몇 번이고 가서 인사 나누고 서로를 알아갔어요. 여긴 북촌에 있는 공방과 달라요. 그쪽이 예술가라면, 여긴 진짜 핸드메이드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모인 거죠. 마을이 좋아서 온 사람들이라 계속 여기 있고 싶은 거죠. 그래서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 맨 처음 지도를 만들기로 한 거예요. 마을 지도를 개성 있게 만들고 공방 표시를 다 했죠. 마을 사람들이 저 공방이, 저 가게가 뭐하는 곳인지 알게 해주자, 이러면서. (웃음)” 



오천만 둥이 태양이는 아마 자신의 마을 곳곳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내게 필요한 것이 어디로 가면 해결된다는 것을 체득하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복지가 별 건가. 그렇게 필요로 하는 것을 인근에서 해결하고 찾을 수 있는 것. 마을일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그것을 만든 셈이다. 우리 각자가 무엇을 하는지를 알리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마을공동체의 형성이다. 


마을 사는 재미 


서촌 주민에겐 마을 사는 재미가 있다면 이방인에게도 마을을 둘러보는 재미도 한가득이다. 원주민과 이방인 등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재미가 있다. 마을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산행 ‘함께 걷는 우리길’도 있고, 서촌의 명물이 된 도시락 카페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품애와 통인시장이 함께 고민하면서 만들어진 통인시장 내 ‘도시락 카페’는 다녀간 사람들의 입소문이 더욱 감질난다. 독특하고 희한하다. 마을기업이다. 먹는 재미가 있다. 


서촌의 마을살이가 빛나는 까닭이 있다. 연대와 자치를 드러내놓고 내세우지 않는다. 그저 서촌살이가 재미있을 뿐이다. 교육으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내 마을에 자신의 재능을 푼다. 자원 활동을 한다. 재밌으니까 그런 것이다. 마을공부방은 그렇게 돌아간다. 다른 프로젝트들도 마찬가지다. 마을일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고, 매건마다 결합하는 사람들은 달라져도 마을은 그렇게 물레를 돌린다. 프로젝트에 따라 이해와 참여의 방식이 다르기에, 그들은 ‘따로 또 같이’ 마을‘을’ 살아간다. 


    


서촌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는 ‘좋은 일’이 ‘내가 잘 하는 일’이라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마을 일을 잘 하는 이유, 품애의 배인용 선생의 이 말에서 찾았다. “마을은 ‘인사’에서 시작해요. 인사를 잘 해야 호의를 이끌어낼 수 있고, 마을이 재미있어 집니다.” 끄덕였다. 인사하기. 그것이 진짜 마을의 출발점인지도 모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단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 태양이는 사랑 받는 아이로, 사랑할 줄 알고 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다. 왜냐고? 인사를 잘 하는 아이가 될 거니까. 인사 잘 하는 태양이에게 마을 주민들이커피 한 잔, 과자 한 움큼이라도 더 주지 않을까?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쪽으로 향하다가 찻길을 건너 조금 더 가면 우당기념관이 나온다.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삶과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이다. 우당과 오천만 둥이 태양이가 함께 하는 서촌이 참 정겹다. 


시간을 견뎌낸 모든 것에 축복을. 세월을 버텨낸 모든 것에 박수를. 우리가 서촌이라는 공간을 기억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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