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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서울] 필름카메라와 프로젝트

By kby**** 201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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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이 고장 나서 아예 안돼.”

온도가 영하권으로 떨어진대”

오늘 오후부터 눈이 많이 내린대”

 

아 끝낼 수 있을까? 이 프로젝트…

 

중학교 때 서울로 와서 그 이후로 10년이 지났다. 이것저것 벌려온 것들이 일이 되어 일상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과연 가치 있는게 뭘까? 고민하며 일상 속에서도, 바다 안 스노클링처럼 힘겹지만 자유라는 숨을 쉬고 싶었다.

 

상경 10주년 프로젝트! 서울에 살면서 좋았던 곳 10군데를 사진으로 담아보자.

 

재미있을 것 같으면서 내 인생에 의미라는 방점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0군데 장소를 선정하고 무엇으로 사진을 찍을까 구상했다. 집에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는 사실적으로 찍을 수 있고 아이폰 카메라는 색채 있는 사진을 담아낼 수 있지만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습관처럼 친구들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넘겨보다가 한 친구의 프로필이 눈에 띄었다. 한강에 앉아서 서로 가깝게 기대어 있는 연인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질감이 투박하지만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는지 사진 밑에는 작은 글씨로 ‘서울시 시민 공모작(최우수상)’라고 적혀있었다.

 

그 친구는 음악 하는 친구였고, 평소에도 예술적으로 교감을 나누던 사이였다. 바로 전화를 했다.

 

너 프로필 봤다. 와 축하한다! 그런데 어떤 걸로 찍은거야?”

고마워! 아~ 이거 필름카메라로 찍은거야.”

 

그 순간, “아! 필름카메라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장소에 담긴 세월의 무게를 담아낼 수 있는 것은 필름카메라의 아날로그적이면서 투박한 느낌이었다. 뻔한 10주년 프로젝트가 아니겠다는 기쁜 생각에 필름 카메라를 빌려달라고 친구에게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그 대신 같이 다니면서는 필름 카메라를 빌려줄 수 있다고 했다. 마치 OT와 같이 순대국밥 집에서 만나 어떤 식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닐지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는 음악 작업 때문에 주말 밖에 시간이 되지 않았고 나는 토요일에 스터디가 있어서 공통적으로 되는 날은 일요일이었다.

 

1월 31일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한 번 만날 때마다 5군데를 가서, 두번째 만남 때 프로젝트를 끝내기로 마음 먹었다. 처음 시작은 가까운 곳들부터 다녔다. 그곳들은 전학 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들과 자주 놀았던 김포공항역과 오목교, 대학생이 되고 나서 마치 한을 풀듯이 갔던 한강과 홍대입구, 첫 사랑이 살던 신도림이었다. 필름 카메라는 쉽지 않았다.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는 흔들림을 보정해주지만 필름카메라는 그러지 못했다. 수동이 아니라 자동이었지만 찍을 때 숨까지 참아야 하는 신중함이 필요했다. 제대로 찍히고 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초심자의 운이 따르기를 바랐다.

 

장소 하나 하나를 음미하면서 여유롭게 보낼 줄 알았지만 흘러가버린 세월과 추운 날씨 그리고 시간의 제약 때문에 셔터는 빠르게 눌러져 갔다. 그렇게 프로젝트의 반이 허무하게 끝이 났다. 다음 주는 설날 연휴라서 건너뛰기로 했고, 그 다음 주 일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친구에게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 날씨의 문제로 이 일의 끝은 미뤄져 갔다. 그러면서 프로젝트는 하나의 일이 되어, 원하지 않은 선물의 신세같이 저 멀리 밀려나갔다. 이런 상황에 다행히도 친구는 먼저 연락을 해왔다.

 

병윤아, 다음주에는 꼭 찍자 진짜”

 

우리 세대를 불안한 청춘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타고난 기질로 불안을 더 잘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게 바로 나였다. 불안하기에 잘 느껴서 이런 색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또 그 이유 때문에 프로젝트를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의 꼭 찍자 라는 그 말 한 마디에 마음을 다시 다잡을 수밖에 없었다.

 

3월 6일, 길어야 3주만에 끝날 것 같은 프로젝트는 한달이 넘어서야 다시 진행되었다. 날씨는 따뜻했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상태였다. 더 이상 미룰 수 없기에 미세먼지를 무시하기로 했다. 오늘 가야할 곳은 동네에서 거리가 먼 곳들이었다. 낭만 가득했던 서울시립대학교, 성벽 너머로 세상을 보는 맛이 있는 낙산공원, 크리스마스와 같이 특별한 날에만 갔던 안국역,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기 위해 휴학하고 일했던 상암동. 마지막으로 우리 동네 까치산이었다.

 

첫 번째 날처럼 여전히 시간적 제약은 있었지만 날씨와 장소는 우리를 도왔다. 잘못된 일기예보 덕분에 미세먼지의 농도는 생각보다 낮았다.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봄은 와도 괜찮은지, 따스한 손으로 노크를 두드렸다. 그렇지만 봄 꽃들은 피지 않았다. 가벼워진 사람들의 옷차림과 그들의 생동력으로 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장소는 그들에게로 채워져 생기를 얻었다. 날씨와 장소의 포근한 입맞춤으로, 셔터에도 의미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미리 생각해왔던 곳에서만 찍었던 처음과 달리, 어디 쪽에서 바라보면 더 잘 담아낼 수 있을지 여기 저기로 옮겨 다녔다.

 

장소마다 거리가 먼 탓도 있지만 그렇게 보통보다 대략 3배를 걸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우리는 마지막 장소인 까치산 정자로 올라갔다. 피곤할 법도 한데, 올라가면서 사진 찍을 괜찮은 장소가 나오면 다시 카메라를 들어서 찍었다. 이 정자는 답답하고 아무 생각하기 싫을 때 가끔 가는 곳이다. 주로 밤에 가는데, 일렬로 빨간 불을 켜고 서 있는 자동차들과 그것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저 멍하니 있을 수 있었다. 밤이 돼서 다시 쌀쌀해 졌지만 이 날도 그 장소는 우리에게 수고했다고 위안 해주듯이 수줍게 있었다. 9군데에서는 장소만 찍었지만 이곳에서는 나와 함께 장소를 담아내고 싶었다. 이 곳은 그 어떤 장소보다 내 자취가 고스란히 녹아 들어져 있었다. 272KM, 포항에서 서울의 거리. 이곳은 이방인처럼 나를 낯설고 외롭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그 어떤 정 많은 친구보다 따뜻하게 나를 품어주고 있다.  

 

그렇게 36일만에 상경 10주년 프로젝트는 끝이 났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정이 많이 갔다. 잘 흔들린다는 그 녀석처럼, 나 또한 잘 흔들렸다. 그래서 잦은 실수가 많았고 왜 이렇게까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나 나를 원망했다. 그러다 보니 특이한 놈이 되었고 심지어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수 많은 자책을 반복해야 했다.

 

필름카메라의 진정한 묘미는 기다림의 미학에 있다. 찍은 것을 바로 볼 수 없다. 시간이 지나서야 볼 수 있다. 찍은 후, 기대와 걱정이라는 감정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3일이 지나고 사진을 받을 수 있었다. 친구의 예상처럼 사진의 반은 흔들렸다. 하지만 나머지 사진들은 흔들린 것에 대한 실망감을 훨씬 뛰어 넘을 만큼 큰 기쁨을 주었다. 원하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남들보다 더 불안하다는 나에게 말하고 싶다. 너가 그렇기에 사소한 실수를 많이 하지만 그래서 너의 삶에는 작고 큰 드라마들이 많다는 것을. 시행착오를 겪기에, 무언가 얻어내는 기쁨을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만끽할 수 있는 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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