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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늘 아래, 소설 속 빛나가 쉬어 갔을 홍대 카페

By SeoulStoryMaster 2018-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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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는 수백 개의 국가가 있고, 모두 저마다의 사연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는 유구한 역사 속에 숨쉬어 온 예술과 문화로 전세계인을 홀린다. 하지만 그런 프랑스의 대문호인 르 클레지오는 이곳, 서울에 마음을 빼앗겼다. 프랑스를 비롯해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까지 경험했던 그가 서울을 가장 사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쩌면 그는, 기꺼이 한국의 언어로 써내린 <빛나: 서울 하늘 아래>를 통해 그 이유를 밝히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소설의 주인공 빛나는 전라도 어촌마을의 어부네 딸로 태어나, 대학 진학을 통해 서울에 첫발을 딛는다. 빛나에게 거리는 모험의 공간이었고, 스쳐가는 무수한 사람들은 빛나로 하여금 온갖 상상을 하게 만든다. 빛나는 지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수첩에 기록하기도 한다. 하지만 빛나는 알고 있다. 이 넓은 도시에서 그들을 다시 만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빛나는 이 낯선 도시에서 홀로 서기 위해 또 다른 등장인물인 살로메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세상과 단절된 살로메에게 들려주는 것들은 빛나가 이제까지 기록해왔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꾸며냈지만 거짓은 아닌, 실재하지만 모두 꾸며낸 이야기.

빛나가 살로메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모든 스쳐가는 사람들에게서 그 물줄기가 시작된다. 종로의 지하서점을 시작으로 신촌과 홍대, 서래마을, 당산동, 오류동, 충무로…. 빛나는 고모의 집을 벗어나 신촌에서 첫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신촌과 홍대의 골목을 오가며 두려움과 낯섦 사이에서도 새로운 기대와 설렘을 품었을 빛나. 빛나의 시선으로 이를 보기 위해 그가 거닐었던 거리와 머물렀을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홍대의 <도쿄빙수>
홍대입구역보다는 상수역에 더 가까운, 홍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오밀조밀한 모양의 간판이 반긴다. 작년 5월에 처음 문을 열었지만 이제는 신규 점포의 확장으로 서울 구석구석에서 도쿄빙수를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도쿄빙수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역시, 여전히 홍대라고 할 수 있다. 무수한 입소문이 가장 먼저 시작되고 가장 빠르게 옮겨가며 가장 많은 이들이 서둘러 찾는 홍대. 그리고 골목골목마다 위치한 화려하고 또 아기자기한 가게들. 도쿄빙수는 그리 작지도, 크지도 않은 공간을 쉬어가는 이들의 소란함으로 채운다.



빛나는 이곳에서 또 누군가의 이야기를 기록했을 테다. 이질적인 일본식의 빙수와 함께,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둘의, 셋의, 넷의…. 이야기를 써내렸을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을 것이다. 낯선 음식과 낯선 사람들은 빙수처럼 쌉싸름하기도 하고 달콤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틈에는 언제나 오고가는 애정이 보인다. 빛나도 어쩌면 이곳에서 여름날에 가득찬 생기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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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가 지나간 곳의 이름을 말하자 살로메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그녀는 지그시 눈을 감고, 한 쌍의 비둘기와 함께 하늘로 날아갔다. 이 길에서 저 길로 돌아다녔고, 한강에서 부는 바람을 느꼈으며, 자동차와 트럭과 버스가 뒤섞인 소리도 들었다. 끼-익 소리를 내며 신촌역 역사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기차의 쇠바퀴 소리도 들었다.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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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살로메에게 다섯 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야기들은 모두 독립된 것처럼 보이나 모두 연결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속 조 씨의 일터인 Good Luck! 아파트는 두 번째 이야기 속의 키티가 오가는 곳이며, 세 번째 이야기 속 한나는 그들과 스쳐간다. 네 번째 이야기 속 나비는 조 씨에게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으며, 다섯 번째 이야기 속의 스토커는 빛나를 쫓는다.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이 여러 갈래로 얽혀있듯, 빛나와 살로메 역시 서로에게 얽혀 있음을 발견한다. 살로메는 빛나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느끼고, 빛나는 살로메에게서 연민과 인류애를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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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의 열기를, 내려진 커튼 뒤에서 빛나는 햇빛을, 살로메의 옷에 밴 땀 냄새를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너무도 익숙한 감정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종종 그런 감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 말이다. "지금 갈 수 있어요. "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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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과 두려움이라는 전혀 다른 두 감정을 동시에 품고 있는 말은 '낯섦'이다. 영화 <클로저>에서 나탈리 포트만은 "Hello, Stranger." 라며 새로운 만남에 인사를 건넨다. 낯섦, 낯선 이, 낯선 도시는 두려움을 주지만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기꺼이 인사를 건넬만 한 가치가 있다. 서울은 온통 낯선 이들의 걸음으로 이루어진 도시이다. <빛나: 서울 하늘 아래>는 이 대도시의 낯선 이들이 사실은 모두 한가운데를 향해 있으며, 서로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르 클레지오는 서울을 최악과 최선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산업화된 대도시의 서늘함 속에서 우리는 모두 빛나였던 시절이 있다. 어쩌면 누군가는 여전히 빛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빛나가 찾아냈 듯이, 우리는 서울 구석구석에서 애정과 관심이 동시에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빛나는 스치는 이들과 다시 만날 일이 없다고 단언하지만, 결국 모두 언젠가 만나 인연을 맺게 된다. 이를 깨닫는다면 우리는 한층 더 성장하고, 비로소 홀로 설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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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의 하늘 밑을 걷는다. 구름은 천천히 흐른다. 강남에는 비가 내리고, 인천 쪽에는 태양이 빛난다. 비를 뚫고 북한산이 북쪽에서 거인처럼 떠오른다. 이 도시에서 나는 혼자다. 내 삶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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