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HOME > 스토리 피드

[오래가게 스토리투어] 청년공의 꿈을 따라 금천구를 걷다.

By SeoulStoryMaster 2019-12-06
980


" 시민과 함께 하는 오래가게 스토리 투어"

올해 말, 출간예정인 <2019 오래가게 가이드북>의 코스길을

2019 서울스토리텔링단이 먼저 걸어보았습니다.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동생들의 학비를 위해 눈물로 고향집을 떠났던 어린 10대 소녀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1970년대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한 구로공단, 40여년의 세월이 흘러 첨단 디지털산업단지로 거듭난

서울시 금천구 일대를 걸으며 당시 소녀들의 눈물과 소박한 꿈들이 느껴지는 듯 했다.

현실은 비록 고됐지만 공단 여공들은 주경야독하며 저마다 가슴이 반짝이는 작은 꿈들을 키웠다.

그 꿈들의 따뜻한 빛은 오늘날 이 나라의 경제수준을 바꾸어놓았다.


금천구 마을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걷는 '희망의 길'은 

큰 감흥 없이 자주 오가던 서울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게 했다.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쪽방


노동자생활체험관 옆에 자리한 가리봉상회. 옛스런 물건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도보로 5분이면 세월을 역행해 70년대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생활시설을 그대로 재현한 노동자생활체험관 금천 순이의 집, 

화장실과 수도를 공동으로 사용하던 그 시절 쪽방을 그대로 재현했다.



패션아울렛 1번지인 마리오아울렛


옛 봉제공장의 흔적이 남은 오래된 건물들


여공들의 숙소로 사용된 오래된 아파트



금천구 일대는 현재 첨단 디지털산업단지와 패션아울렛의 입점으로 현대적인 도시의 모습을 자랑한다.

그러나 골목 구석구석 여전히 옛 모습을 간직한 그때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70년대 밤낮으로 봉제기계 소리가 그치지 않았을 낡은 공장들, 노동자들의 숙소로 사용된 오래된 기숙사 건물 등

세련된 도심에서 조용히 그 시절을 버텨왔을 세월의 흔적들이 반가웠다.


금천구 아울렛 타운은 단지 노동의 흔적만이 아닌, 80년대 민주화운동이 활발히 전개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정권의 눈을 피해 공장으로 숨어든 민주화운동가들은 노동자들을 계몽하였고

1985년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항한 구로동맹파업이 일어나기도 했다.



금천예술공장 외관


금천예술공장에 입주한 작가의 작업실



구로공단에서 피어나던 청년들의 꿈은 오늘날 예술을 통로로 이어지고 있었다.

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2009년 옛 공장이 청년들을 지원하는 예술 공간으로 거듭났다.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금천예술공장.

이곳은 예술가들의 입주, 전시공간이지만 동시에 마을 근로자들이 공용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활용 중이다.



별빛남문시장



중국어가 유난히도 많이 들려오던 별빛남문시장. 70년대 조성된 전통시장 한편에 중국어 간판이 늘어서있다.

시장의 외형은 시대를 거듭하며 조금씩 현대화되었지만 시장을 오가는 사람끼리 만들어내는 정겨운 풍경은

전통시장의 면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40년 역사를 가진 금복상회 외관


가게 앞에 서있는 입간판



2차 대전시 독일에서 넘어왔다는 큐큐미싱과 골동품급 봉제기계들이 40여 년 동안 터를 지키고 있는 금복상회.

사장님은 명찰자수와 스내바리 기술(구멍 난 옷을 작은 문양으로 메꾸는 작업)의 장인이다.

교복이나 군복 왼쪽가슴에 달릴법한 명찰자수 하나가 단 몇 분 만에 수작업으로 뚝딱 완성된다.


'명찰,실,작크,단추'라고 쓰인 오래된 입간판이 정겹다.

이곳 금천구가 봉제 산업으로 활발했을 그 시절부터 고스란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오래된 가게, 금복상회.

역사의 사진첩이 오래도록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연건조 중인 국수가락이 아름다운 평택쌀상회


손때 묻은 국수 작업대



빛 고운 커튼을 드리운 양 총천연색 국수가락이 바람에 자연건조 중이다.

여전히 수작업으로 자연바람에 건조한 국수가 서울 하늘아래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예전엔 쌀도 함께 판매했지만 국수를 찾는 사람이 훨씬 많아 지금은 국수만 제조한다고 한다.

국수 자르는 기계, 포장 작업대 등 30년 세월이 묻은 작업장은 그야말로 생활사박물관 그 자체.


날씨마다 계절마다 달리 신경 쓰는 국수반죽은 평택쌀상회가 오래도록 존재하는 비법을 안고 있다.

5천 원짜리 국수 한 묶음에 이토록 가득한 정성을 쏟는 가게가 오래도록 유지되면 좋지 않을까.



금천구 골목 풍경



현대적인 도심 속에 여전히 옛 추억을 군데군데 간직한 금천구는 지금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들어서는 새로운 건물들, 늘어나는 교통량 그 속에 점점 옛 모습을 잃어가겠지만

우리의 의식 어딘가를 지탱해줄 옛 모습들이 모조리 시야에서 사라지진 않았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글, 사진/ 2019 서울스토리텔링단 이선영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