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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게 스토리투어] 오래가게와 함께 하는 서울여행

By SeoulStoryMaster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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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 하는 오래가게 스토리 투어"

올해 말, 출간예정인 <2019 오래가게 가이드북>의 코스길을

2019 서울스토리텔링단이 먼저 걸어보았습니다.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엄마 손을 잡고 서울에 오던 어린 시절,

기차 안에서 다음 정차 역은 영등포라는 안내문구만 들어도 신이 났었다.


영등포는 어린 나에게 서울을 처음으로 느끼게 했줬던 곳이였다.

어린 눈에 기차도 다니고 지하철도 다니며 많은 사람들이 바삐 이동하는 모습을 보며

서울을 크게 느꼈던 곳이였다. 지금도 여전히 영등포역은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세월과 함께 차곡차곡 이야기가 쌓여가는 영등포역을

시작으로 영등포구의 오래가게를 만나러 걸어보기로 했다.





영등포역 5번 6번 출구 쪽 영등포지하상가로 나오면 미도파 꽃집을 만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오고가는 영등포역을 환하게 비춰주는

미도파 꽃집은 꽃은 절대 냉장고에 넣지 않는다는 철칙을 가지고 40년을 이어왔다.


꽃마다 꽃말을 적어 놓은 메모를 읽어 내려가다가

나도 모르게 나에게 선물한다는 명목으로 끌리는 꽃 한다발을

손에 쥐고 결제를 하고 있었다. 꽃처럼 사람 맘을 움직이는 식물이 또 어디 있으랴~






꽃을 들고 영등포역 지하상가와 이어진 타임스퀘어로 발길을 돌렸다.

2009년 오픈한 타임스퀘어는 영등포의 랜드 마크로 불리는

복합 쇼핑 문화 공간이다.


실내 전 층에서 하늘을 볼 수 있도록 대형 통유리로 설계되어져 있다.

유독 파란 가을하늘 덕에 자연채광이 가득 들어온

실내 곳곳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실내에만 있기에는 아까운 날씨라는 생각에 타임스퀘어 출입구를 통해 나오니 붉은 벽조건물이 있다.

대한민국 근대유산 푯말이 걸린 (구) 경성방직 사무동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전쟁에서도 피해를 모면하고 일제강점기에도 이쪽 지역에서

유일하게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공장이었다고 한다.




 



 



미세먼지 없이 하늘도 완벽하고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들까지도 완벽하니

이제 본격적으로 문래 사거리 방향으로 걸어보자.






20분정도 큰길을 따라 걷다보니 눈에 익은 빨간 고깔을 쓰고

마치 만화 태권V의 깡통로봇 같은 모습을 한 로봇이 꽃을 들고 반겨준다.

문래 예술창작촌의 초입에 있는 문 로봇이다.






기계, 철제 등의 가공업체들이 즐비해있던 문래동에 예술인들이

하나둘씩 찾아서 생긴 문래 예술 창작촌은 마치 냉정과 열정사이

그 중간 어디쯤에서 냉정과 열정을 오고 가는 매력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뉴트로 길로 입소문이 나있는 곳이다.








가을볕이 전시실의 조명처럼 벽화를 비추는 시간에 벽화를 따라 문래 창작 촌을 걸었다.

간판도 안내도 없는 가게들이 철공소 사이사이에 위치해 있다.


모퉁이를 돌때마다 그려져 있는 벽화들의 안내를 받으며 걷다보면

마치 크레파스처럼 색색으로 정리되어 있는 철공소의 철근들마저도 귀엽다고 느껴진다.

레트로 감성의 골목길을 즐기며 걷다보니 유독 안내 문구가 눈에 띈다.






문래동은 일반인들에게는 레트로 감성 길일지 몰라도 제조업체들은 일터이니 매너가 필요한 곳이다.

섬세한 작업을 하시는 철공소분들이 계시니 이곳을 방문할 시에는 최대한 조용히 골목을 걷길 부탁드린다.

(나 역시도 일하시는 분들이 놀라시지 않게 조심스럽게 걸으며 최대한 멀리서 셔터소리를 막고 최소한의 사진을 찍었다.)


일하시는 분들을 더욱더 배려한다면 주말을 이용하여 방문 하는 것을 추천한다.





문래 예술 창작 촌을 한 바퀴 돌다보면 오래가게인 상진다방과 마주하게 된다.

문래 창작 예술촌 거리에서 요샛말로 '핫'하고 '힙'하다는 상진다방 간판을 보니

무척 반가웠다.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다방 안에서 노른자를 동동 띄운 뜨끈한 다방 쌍화차를 마시고 싶었으나

오늘따라 가을볕이 등을 따갑게 내리쬐고 있는 이유로 다음으로 미뤘다.

꼭, 겨울이 오기 전 동동 띄운 노를자를 터지지 않게 후루룩 먹고 

뜨끈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후후 불어 마실 날을 마음속으로 기약해본다.






문래 창작촌 골목을 걷고 나오니 문래 창작촌 입구에 위치한

오래가게 신흥 상회가 철공소들 사이에서 두리번거리던 나에게 손짓한다.

1975년에 개업해서 2대째 운영되고 있는 평범한 동네 슈퍼이지만

새벽부터 일하는 철공소 사람들을 위해 끓이기 시작한 콩나물 라면이 유명하다.


살포시 들어가 보았는데 잠시라도 앉을 수 있게 가게 안에 둘러있던

테이블과 의자에서 사장님의 배려가 느껴지던 곳이였다.

문래동을 일터로 둔 분들의 작은 쉼터 같은 곳, 신흥상회의 배웅을 받으며 문래동을 뒤로했다.





걸어가면 차를 타고 지나갔을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주차할 곳을 살펴야하고, 눈길이 가는 곳에 잠시 정차하기도 어렵고,

좁은 길의 경우 길을 잘못 들어서면 차를 돌리기도 힘든 때와는 달리

걷다보면 발길이 이끄는 대로 걷고, 마음이 이끌리는 곳에 잠시 서서 눈길을 주고,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하더라도 걷다보면 길은 또 이어지기 마련이니

돌아나가야 할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게 된다.


그러다보면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나무 한그루, 동네의 작은 가게들이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심지어 반 백년 가까운 시간을 그 자리에서 굳건히 지키고 있는 곳이라면 왠지 모를 든든함까지 더해진다.

철공소와 예술인들이 공존하는 곳, 문래동 골목골목 옛 자취를 품은 빌딩숲이 있는 곳,

오래 가게와 함께 복합 쇼핑몰이 있는 곳, 영등포구를 걸으며 그동안 몰랐던

서울의 소소한 매력을 더 의미있게 느껴보길 바란다.





글, 그림, 사진 / 2019 서울스토리텔링단 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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