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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게 스토리투어] 서울대와 녹두거리, 그 역사와 민주화의 길을 따라 걷다.

By SeoulStoryMaster 201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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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 하는 오래가게 스토리 투어"

올해 말, 출간예정인 <2019 오래가게 가이드북>의 코스길을

2019 서울스토리텔링단이 먼저 걸어보았습니다.



 



영화 '1987'은 박종철 열사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박종철 열사는 당시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학생이였다.

열사의 죽음을 계기로 6.10 민주화 운동이 촉발된다.


필자는 그 당시 어려 박종철 열사의 죽음도, 민주화 운동도 잘 몰랐다.

30년이 지나 영화 '1987'을 보고 나서야 당시의 사회 분위기가 어떠했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박종철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 시절 그분들의 노력과 희생을 알지 못했다는게, 현대 역사나 정치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이 미안하게 느껴졌다.



▲ 녹두거리 내 위치한 '박종철 열사거리'. 약 100m에 해당하는 거리로 박종철 열사의 마지막 하숙집이 있던 동네라 한다.



얼마 전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라는 시를 읽었다.

최영미 시인은 미투 운동으로도 유명하지만 80년대 학생 운동을 한 서울대 운동권 출신이기도 하다.

이번 서울대와 녹두거리 탐방을 하며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 구절이 자꾸 떠올랐다.



"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 운동가를,

 술보다는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중략)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라는 걸 "


- 최영미의 시, '서른 잔치는 끝났다'



  

▲ 녹두거리


80년대 서울대 운동권 학생들의 성지였던 녹두거리는 현재 파장된지 한참 지난

잔칫집에 홀로 남아 누군가와 술 한 잔 다시 하길 바라는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녹두거리는 서울대학교 근처 고시촌거리를 말하며 80년대 있었던

막걸리집 '녹두집'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이곳은 과거 서울대학생들이

사복 경찰의 눈을 피해 집회 모의와 시국 토론을 벌이고 막걸리 한 사발로 모임 뒤풀이를 하던,

청춘의 열망으로 들끓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80년대가 지나고 사법고시마저 폐지되면서 녹두거리는 예전보다

서울대학생, 고시생들이 덜 찾게 되었다.

그럼에도 녹두거리의 몇몇 노포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과거의 영광과 아픔을 기억해내며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 서울시 오래가게로 선정된 '그날이 오면(인문사회과학 전문 동네 서점)'과 '휘가로(호프집)'


  

▲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녹두거리를 지켜온 노포들


서울대 교정 곳곳에는 과거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동문들을 기리는

동상과 기념물이 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문화가 발전될 수 있었던

'그날'을 소망하며 희생된 그들 덕분이다.



 



서울대는 교정을 찾는 사람들이 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고자

'민주화의 길'코스를 마련했다. 그 길의 첫 번째 관문인 '4.19공원'에는 1960년 4.19혁명 당시

희생된 서울대학생들의 추모비와 동상이 세워져 있다.


11월의 서울대 교정은 누군가의 희생, 고난의 역사는 아랑곳없이 시간이 무심히도 흘러

어느새 완연한 가을이 내려앉아 있다.

교정 내 '자하연', '버들골'은 서울대학생뿐 아니라 주민, 등산객, 나들이객이

일부러 찾아와 산책할 정도로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특히 조선시대 시서예(試書藝)에 능했던 자하 신위의 호를 따서 지은 연못 

자하연은 가을에 참 아름다운 곳이다.



 

▲ 서울대 자하연과 그 일대


서울대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다운 위상과 규모를 보여 주고 있다.

교정 안에는 웬만한 지방의 박물관급 규모를 보여주는 서울대박물관을 비롯해

무료 전시 관람이 가능한 서울대 미술관, 조선시대 왕실 도서관 '규장각'을 이어받은

서울대 규장각이 있다.


규장각 안에는 현재 조선의 성군이였던 정조 왕과 관련된 전시가 진행중이니

서울대 민주화의 길 코스를 따라가다 '규장각'도 둘러보길 추천한다.



 


서울대와 녹두거리는 박종철 열사가 고문으로 죽은 1987년,

사법시험 폐지된 2017년을 지나 2019년 오늘날에 이르렀다.

예전과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여전히 녹두거리는 주민들과 서울대학생들이

오늘의 시간을 보내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공간이다.

녹두거리는 과거를 이어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고,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자취생들을 위한 푸짐한 먹을거리와 안락처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학교와 지역 사회에서 '서울대 스타트업 캠퍼스 녹두.zip'사업,

'관악 민주주의의 길을 걷다' 마을 관광산업을 추진하며 새롭게 변모해가고 있다.

과거의 잔치는 이미 끝났지만 현재의 우리가 그때를 기억한다면, 그날의 정신을 잊지 않으면

녹두거리에 또다시 시대에 변화에 맞는 새로운 잔치가 시작되지 않을까?


어쩌면 녹두거리에 새 잔치가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글, 사진 / 2019 서울스토리텔링단 이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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