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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오래가게] 흑석의 시간이 녹아내린 다방 '터방내'

By SeoulStoryMaster 20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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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문을 열어 지금까지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중대다방으로 불리우며 흑석의 한켠을 지킨 '터방내'

뉴트로 열풍으로 70,80년대의 복고 분위기를 향유하고 사람들에게 다시 주목받으며 흑석의 명소로 

완전히 자리매김했습니다. 터방내는 80년대의 인테리어 그대로 유지중이며, 그 당시의 청춘이었던

중년들과 그 시절 감성을 체험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몰려듭니다.


80년대 흑석동에 우후죽순 생겼던 음악다방은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씩 사라졌지만,

이러한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도 고유의 색을 유지한 터방내는 37년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서울시 오래가게로 선정되었습니다.


터방내가 위치한 흑석역 1번 출구 주변은 많은것이 달라져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방문한 흑석역 주변엔 아파트와 거대상가가 들어서 있었고, 이런 현대적 건물들 사이에 난

작은 골목길엔 맛집과 카페들이 몰려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골목길 한 가운데에 터방내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예전 그대로, 시간이 쌓인 공간

터방내는 간판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어떠한 리모델링도 거치지 않은 채

예전의 감성을 유지하고 있었고, 들어가는 입구의 삐걱거리는 목조 계단은 마치 과거로 향하는 입구 같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보이는 터방내의 원색적인 포스터는 뉴트로 열풍에 힘입어 흔히 요즘말로 '힙'해 보입니다.

그 오랜 시간동안 보수공사외에 어떠한 리모델링도 하지 않고 예전의 감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한 모습이 

가게 곳곳 보였습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80년대의 시간이 멈춰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37년전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벽돌벽과 주방, 전등, 테이블, 의자 등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80년대의 감성을 풍깁니다. 그리고 흑석의 명소 답게 가게 안엔 많은 손님들이 저마다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오묘한 색감의 조명과 아늑한 공간이 편안하고 나른한 느낌을 주었으며, 가게안엔 클래식과 뉴에이지음악이 울려퍼졌습니다.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곳곳에 적힌 낙서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적은 낙서일까. 

가게 안 가득한 37년 간의 낙서들은 마치 그동안의 시간이 쌓인 듯 보였습니다.


 



37년의 시간이 담긴 가격과 메뉴


터방내는 입소문을 타며 흑석의 명소가 되었지만, 가격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가격을 올릴 법도 하지만, 가격을 올리게 되면 이곳을 찾는 단골손님들에게 미안하시다며 터방내의 사장님은

무려 10년째 가격을 유지중입니다. 커피메뉴는 3000원대, 파르페 메뉴는 4000원대 이며,

맛도 맛이지만 터방내 메뉴들의 묘미는 바로 시각적으로도 매우 아름답다는 점입니다.


 


체리쥬스 위에 얹어진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시럽, 체리, 과자, 각종 과일 토핑 등은 

한눈에 봐도 매우 먹음직스럽습니다. 이런 메뉴가 4000원대의 가격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사이폰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터방내만의 특징입니다.

80년대의 감성이 가득한 체리쥬스가 들어간 파르페를 먹으면 얼마전 뉴욕에서 먹었던 오래된 디저트 가게의

초콜릿시럽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소다가 떠올랐습니다.


아름답고, 맛도 달콤한 80년대의 파르페를 먹으며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그 시절의 맛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터방내'에서의 시간


오묘한 색감의 전등 아래서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며 수다를 떠니 어느덧 해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른지도 모른채 이 곳의 감성과 분위기에 빠져 오랜만에 나른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점점 더 정신없어 지는 일상 속에서 이렇게 편안한 시간을 보낸것도 오랜만이었습니다.


37년 세월의 감성과 그동안 다녀간 사람들의 기록이 집약되어 있는 터방내.

앞으로도 이러한 공간들이 계속 유지되고 많아지길 바랍니다.


 




글, 사진 / 2019 서울스토리텔링단 고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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