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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서울 - 추억

hj**** | 2016.05.20 23:44 | 조회 : 1253

 '사당'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사당역을 먼저 떠올린다. 사당역 주변에는 식당, 고깃집, 술집들이 골목골목에 줄지어 있고 금요일 저녁이면 여기저기에서 흥에 찬 웃음소리들이 들려온다. 심지어 사당역은 서울의 지하철 역들 중 성추행 및 성폭행 범죄율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알려져있다. 사당에 대해 좋은 소식이 있다면 지하철 및 버스 등의 교통이 편리하다는 것 정도? 내 주변 지인들이 알고 있는 사당은 이렇게 교통은 잘 되어 있지만 위험한 곳, 교통 외에는 별 볼일 없는 곳일 뿐이다.  

 하지만 나와 동네 친구들에게 사당은 곳곳에 추억이 묻어 있는 공간, 여느 시골 못지 않게 안심하고 뛰어 놀던 곳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나는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다. 사당에서만 벌써 약 20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왔고 어린 시절 사당은 나와 친구들의 놀이터였다. 사당 1동과 4동을 넘나들며 집집마다 삐죽 튀어나온 나무들의 열매들을 탐내고 골목의 온갖 생명체들을 기웃거렸다. 향을 맡아보며 이게 깻잎이다 아니다로 친구와 논쟁을 벌이고, 그래서 손에 한아름 깻잎 향이 나는 풀잎을 쥐고 즐겁게 걷던 길에 다리를 다친 참새를 만나고, 그 참새를 주워다 보살펴 날려 보내던, 그 시절이 사당의 골목골목에 온통 남아있다. 지금은 죄다 빌라형 건물이 즐비해 있지만 한 때 사당에는 풀과 꽃과 나무들이 아름아름 모여 있는 정원들이 주택마다 있었다. 어느 날은 담 너머로 늘어진 청포도들을 맛보며 설렜고, 또 어떤 날은 남의 집 복숭아 나무 앞에서 자그맣게 열린 복숭아 하나 따보겠다고 친구와 머리를 맞대고 궁리했다. 담벼락 위에 놓인 저건 부추, 저건 살구, 저건 앵두, 저건 사루비아. 길을 다니며 사루비아 꽃을 뜯어다 꽃 뒤쪽의 꿀을 쪽쪽 빨아 먹고, 그 달콤한 향과 맛에 기분 좋게 길을 걷던, 그 시절. 어디선가 들려오는 삐약 삐약 소리에 한참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던 그 소녀. 친구네 집에 붉게 열리던 앵두를 따러 가던 동네 사람들, 나, 우리. 그 앵두 맛이 문득 문득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 

 지금도 사당의 골목을 걸을 때면 그 때의 우리가, 내가 그립다. 사당의 추억을 나 혼자 추억하기가 너무 아쉬워서 이렇게 글로 남겨본다. 그 어떤 산골의 산과 들보다도 포근했던 사당에서 건강한 어린 시절을 지나보냈던 것에 감사하며, 지금은 많이 변해버린 사당에게 안부를 묻고 싶다. 안녕, 나의 고향 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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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
  • 심소야 2016-11-26 오전 12:25:13

    저도 30년 넘게 사당에 살고 있어요~ 글 보니 어린시절 떠오르고 정겹네요. ^^